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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서 만난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81·이탈리아)와 엄홍길(65·UMFF집행위원장)은 “야생을 통해 성장했고, 자연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



28일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서 만난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오른쪽)와 엄홍길 집행위원장. 그들은 "야생을 통해 성장했고, 자연과 함께 영원할 것”이라고 했다./정병선 기자


두 산악인의 만남은 영화제 최대 화제였고, 그들이 영화제를 통해 주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했다. 메스너는 이번 영화제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개미증권
인물이다. 그가 등장하는 곳이면 사인 행렬이 이어졌고, 그가 감독을 맡은 영화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하지만 더욱 감동은 준 것은 메스너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에베레스트-최후의 한걸음)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였다. 특히,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펼친 그의 인생철학과 나눔은 산악인뿐만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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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산악사의 흐름을 바꾼 메스너와, 한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엄홍길, 두 사람은 시대와 국적은 다르지만, 산을 향한 태도와 삶에서 독자적인 궤적을 남겼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UMFF 집행위원장(엄홍길)과 울산울주세계산악문화상(UMCA) 수상자(메스너)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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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 참석한 세계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부부.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영남알프스 소개 책자를 보고 있다. /정병선 기자


메스너는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며 ‘산악인의 전설’이 됐다. 그는 1986년 인류 최초의 히말라야 8000m 1야마토게임
4좌 완등을 이뤄냈고, ‘등반 스타일’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그의 철학은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어떻게 오르는지가 중요하다”는 말로 집약된다. 야생의 자연에 도전하는 태도를 중시하는 대신 현대화된 기술로 등반하는 것을 터부시한다. 또 “나는 산을 정복하지 않았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정복당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 자신”이라고 말삼호개발 주식
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강조했다.
엄홍길 역시 메스너와 더불어 산악 영웅의 길을 걸었다. 1988년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샤르까지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16좌(14좌+야룽캉·로체샤르 등 위성봉)를 등정하며, 세계적인 산악인 반열에 올랐다.
엄홍길이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산에서 내려온 이후였다. 히말라야 등정 중 10명의 동료를 잃는 비극을 겪은 뒤 그는 “산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정상보다 중요한 건 동료의 생명”이라고 강조하면서 나눔과 봉사에 나섰다.



27일 라인홀트 메스너 감독의 다큐멘터리 '스틸 얼라이브' 상영에 앞서 엄홍길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이 9년 전 영화제를 찾은 메스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개로 제작해 전달했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


지난 2007년 ‘엄홍길 휴먼재단’을 설립해 네팔 오지에 18개 휴먼스쿨을 지으면서 히말라야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사업을 해왔다. “산에서 얻은 건 모두 나눔으로 갚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메스너와 엄홍길. 두 사람의 길은 닮은 듯 다르다. 메스너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며 등반의 본질을 재정의했다면, 엄홍길은 기록을 넘어 공동체적 의미를 확장했다. 한쪽은 ‘산과 나’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다른 한쪽은 ‘산과 우리’로 영역을 넓혀갔다.
하지만 공통점도 뚜렷하다. 두 사람 모두 산을 단순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철학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메스너는 “산은 이해의 대상이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후위기와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설파해왔고, 엄홍길은 “히말라야는 내 인생을 키워준 스승이다. 히말라야 신이 살려준 대가로 이제 내가 빚을 갚을 차례다”라며 교육·복지 활동에 나섰다.
두 사람 모두 등정이라는 수직 인생보다 나눔과 봉사라는 철학을 통한 수평 인생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그래서 에베레스트의 줄 선 상업등반, 지구적 기후위기, 산악 문화의 변화 속에서 두 인물의 여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메스너가 던진 “산은 이해의 대상”이라는 말과, 엄홍길이 보여준 “산은 나눔의 출발점”이라는 실천은 서로 다른 언어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품고 있다.
그들에게 “산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산은 영원한 스승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