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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기 전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마지막 카드이자, 호남의 저성장을 끊어낼 전환。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거대한 공장만 짓는 데 매몰되어, 생산된 소득이 역외로 유출되는 과거의 구조를 결코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부가가치가 온전히 지역 내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오병기 전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당장 2030년 첫 양산을 맞추는데 남은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고 진단한다. 군 공항 이전부터 전력·용수 인프라 확보까지 치러내야 할 행정적 절차가 복잡한데다 지역 발전로 연결시킬 장치도 마련해야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역 내 선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매출이 발생해도 후방 협력 생태계가 없고 근로자의 가족들이 수도권에 머문다면, 지역 경제에 떨어지는 낙수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오 실장과의 일문일답.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들어선다는 건 국가 경제 측면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
-국가 경제 측면에서는 2%대로 내려앉은 잠재성장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 본다. 반도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7.2%에 불과하지만 성장 기여도는 +0.50%p로 명목 GDP 성장률의 11.7%에 해당한다. 호황기인 지난 2024년에는 33%, 2025년에는 42%로 성장 증가분의 3분의 1 이상을 견인했다. 이런 산업의 생산능력을 메모리 기준 5년 내에 2배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니, 국가 성장경로 자체를 끌어올리는데 의미가 있다.
■지역균형발전 기대감은 더 클 것이다.
그동안 첨단산업 투자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됐고, 전남광주의 전국 대비 실질 GRDP 비중은 2000년 7.5%에서 2024년 6.0%로 하락을 이어왔다. 제조업 비중이 29.6%로 높지만 석유화학·철강·자동차같은 중화학공업 비중이 절대적이고, 전기·전자 등 첨단 제조업은 3.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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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정책이 그동안 수도권 경제력의 분산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국가전략산업의 생산거. 자체를 전남광주에 두는 것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메가팹 4기가 모두 가동되면 전남광주의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기존 1.75%에서 2.84~3.1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넘게 이어진 저성장과 인구 감소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계기다.
■로드맵으로 보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력·용수 등 확보에는 변수도 많을텐데…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제시한 인프라 조기 구축의 현실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행정적으로는 상당히 빠듯하다.
전력의 경우 광주특별시는 변전소 이중화, 산단 전용 배전선로와 발전단지-산업단지 간 전용 송배전망 구축, 계통연계 우회 인프라와 ESS를 단계적으로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입지와 거리, 용량 조건에 따라 MVDC 등 최적 방식을 선택해 경제성도 확보할 계획인데 전남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RE100 대응에서도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송전망 건설은 기술이 아니라 입지 수용성과 인허가가 공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정이 광주 군 공항 이전이라는 선행 조건에 걸려 있다. 군 공항 이전이 가시화되어야 전력 계통계획도, 용수 공급계획도 설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용수는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 반도체 팹은 초순수를 대량으로 쓰는데, 전남광주지역은 최근 가뭄을 반복적으로 겪었습니다. 보완 수원 확보가 계획에 들어 있긴 하지만, 기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의 배분 문제가 지역 내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있어 이 부분은 지금부터 공론화를 시작하면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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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매출이 지역 소득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과 협력 생태계 문제다. 메가팹 4기가 가동되면 연간 100조 원 안팎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이것이 그대로 지역경제의 소득이 되지는 않는다. 장비와 소재를 해외나 수도권에서 조달하면 그만큼 빠져나갑니다. 부가가치율을 50% 정도의 보수적으로 잡으면 50조 원 정도의 부가가치가 지역에 남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현재의 생산공정 구조를 감안하면 이보다 낮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이 사실상 성패를 가르는 지。입니다. 만약 협력적 경제생태계가 동반 조성되지 않을 경우 부가가치의 역내 순환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해법은 후방산업의 역내 정착이다. 스페셜티 화학소재, 반도체 설비·장비와 부품, 수리·유지보수업을 맡을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고 투자유치를 추진해야 한다.
권역 간 분업, 즉 ‘반도체 트라이앵글’의 정착도 중요하다. 광주권은 메가팹 중심의 생산·인력 양성 거。, 동부권은 석유화학과 철강 기반을 활용한 고순도 소재·정밀화학 후방산업 클러스터, 서남권은 전력반도체를 중심으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조성해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돼야 한다.
오병기 전남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가족은 수도권에 머물고 직원만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직원과 가족들이 호남에 정착할 수 있는 10만 명 규모의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직접고용 2만 명에 간접고용과 세대당 인구 약 2명을 고려하면 10만 명 이상의 도시가 새로 생길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지역에 살지 않으면 임금소득이 지역에서 순환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정주인구 10만 명의 소비지출은 대략 연 2.3조 원 수준이고, 여기서 연 1조 원 정도의 역내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생산인구의 가구 단위 정착을 유도하려면 말 그대로 직주일치가 가능한 스마트도시로 조성해야 한다. 고급 브랜드 주거단지, 특성화고와 외국어 특화 교육 기반 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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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광주 도심 및 서남권과 연결되는 광역철도망, AI 모빌리티 체계, AI 기반 행정서비스도 갖춰야 한다. 전남광주는 행정구역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강。이 있으므로, 직장과 주거, 교육이 한 생활권 안에서 완결되는 모델을 만들고 확산해야 합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중앙정부의 역할은?
광주특별시에게 ‘속도와 준비를 동시에 가져가 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군공항 이전과 부지확보가 가장 급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팹 조성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지역에 무엇이 남는지를 놓칠 수 있다. 후방산업 육성과 소득 순환 구조 설계는 팹이 들어온 다음에 시작하면 늦는다. 지금부터 병행해야 한다.
중앙정부에는 이 사업이 기업 유치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시험대라는 。을 강조하고 싶다. 부지와 전력, 용수, 인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글로벌기업의 투자 결정 자체가 흔들린다. 특화단지·국가산단 지정과 송전망 확충, 인력 양성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을 거듭 건의드린다. 아울러 호남에 생산거.을 두는 것이 수도권에 두는 것보다 국가 전체로 더 나은 선택이 되도록, 분산배치의 이.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
■지역민들에게도 한 말씀 해달라.
지역민께는 기대와 함께 긴 호흡을 부탁드린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더라도 메가팹 1기 준공이 2030년, 4기 완공이 2040년이다. 성과가 체감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산업이어서, 중간에 어려운 국면이 올 수도 있다. 그럴 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안정화기금이나 인력 재배치 같은 안전장치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전력망 입지나 용수 배분처럼 지역 내 조정이 필요한 사안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달라.
마지막으로 ‘팹을 조성하는 것’과 함께 ‘지역경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을 강조하고 싶다. 전자는 투자를 결정할 때 이미 방향도 결정되지만, 후자는 10년, 20년의 설계와 실행이 필요하다. 이번만큼은 생산은 지역에서 하고 소득은 밖으로 나가는 과거의 구조를 반복하지 않기를, 연구자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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