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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루 앞당겨졌나
30일 오후 3시 52분. 도상보 주식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후에 한국 대표단과 만나 제안을 들어 보겠다”고 썼다. 협상단을 이끈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상 타결 뒤 한국 언론 특파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SNS에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의 ‘호출’ 게시물을 보고 나서야 ‘이제 현실이알라딘게임다운
되는구나’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튿날 오전 9시 45분 열릴 예정이던 한미 재무·통상 고위급 ‘2+2 협의’가 최종 담판이 될 줄 알았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이어진 구 부총리와 러트닉 장관 간 회동은 이견을 최대한 좁혀 놓을 목적의 예비 회담 성격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사실상상품권릴게임
합의를 이끌어 낸 이는 구 부총리의 미국 측 외교 상대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아니라 러트닉 장관이었다.
구윤철(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서쪽 출입문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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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호출을 받은 한국 협상단이 탄 차는 오후 4시 30분쯤 백악관에 들어갔고, 얼마간 대기한 뒤 약 4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베선트 장관은 대통령 배석자로 협상단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외로 우호적이었다는 게 협상단 전언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강시
그가 “보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 않는데, 각료급 협상단과 특별히 직접 협상한 것은 한국을 존경하고 중시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랑이가 없지는 않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오케이(OK) 사인을 주는 분이 아니라서 (대미 투자) 금액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파국을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김 장관은 “일본과의 경제 규모 차이나 10년간 미국의 무역 적자가 (일본보다) 우리가 현저히 작다는 점 등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예행 연습도 했다. 김 장관은 “저희 나름대로 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여러 사람한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도 러트닉 장관이 도움을 줬다. “만날 때마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답변해야 하는지 조언해 줬다”고 김 장관은 말했다. 협상단은 오후 6시쯤 백악관을 떠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 16분 협상 타결을 알리는 글을 SNS에 올렸다.
기회의 땅 스코틀랜드
한미 관세 협상 일지. 그래픽=이지원 기자
한미 간 협상이 본격화한 것은 22일 미일 협상이 타결되고 나서였다. 시작은 러트닉 장관의 연락이었다. 여 본부장은 “일본과의 협상 타결 이후 상무장관(러트닉)의 연락이 오고 그때부터 (협상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이 22일, 김 장관이 23일 잇따라 미국으로 출국했고, 24일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함께 만났다. 첫 만남에 협상단은 가로세로 1m가량 크기로 제작한 패널을 들고 갔다. 여기에는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비롯해 양국이 합의에 이를 경우 서로 취하게 될 이점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이를 높이 평가한 러트닉 장관이 협상단을 뉴욕 사저로 초청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한 러트닉 장관의 스코틀랜드행은 전화위복이 됐다. 시간 부족에 초조해진 협상단은 러트닉 장관 출장에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그에게 “스코틀랜드에서 협상을 이어 가자”고 제안했고 러트닉 장관도 흔쾌히 시간을 내겠다고 화답했다. 김 장관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스코틀랜드에서의 두 차례 협상이 전기(轉機)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스가 패널과 광우병 사진
협상 성과는 치밀한 준비의 결과이기도 하다. 협상단이 챙겨 간 것은 ‘마스가 패널’뿐만이 아니었다. 여 본부장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민감한 한국의 여론을 보여 주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벌어졌던 ‘광우병 시위’ 사진을 미국에 가져왔다. “농민의 90%가 트럼프 지지자라 그런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초반 농산물 이슈를 제기했을 정도로 미 측의 추가 개방 요구가 거셌다”며 “한국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민감성이 현실이라고 미국 측이 인지하게 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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