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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 등산 싫어하는 사람을 인터뷰하기 위해 애써 이곳저곳 기웃대지 않아도 됐고, 산에 가자릴게임다운
고 매달리지 않아도 됐으니까. 그들은 내가 던져놓은 통발에 자발적으로 헤엄쳐 들어온 물고기들이었다. 그 여러 물고기 중 두 명만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 한 명은 산에서 만나자는 나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고(망설이는 것 같기는 했다), 한 명은 나에게 먼저 산에서 보자고 했다. 갸륵한 두 사람에게 '등산시렁'에 출연할 수 있는 영광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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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보기로 했다가 얼결에 등산을 한 매거진 <어떤>의 송유진 에디터
먼저는 송유진씨다. 그녀는 교보문고 예술/대중문화 종이책 MD이자 교보문고에서 만드는 잡지 <어떤otton>을 만드는 에디터이다. 이번에 제작하는 <어떤> 3호(<어떤>은 작년 10월 창간호를 냈다)는 책 전체 주제가 '모험'이라고 했다. 이 주제에황금성게임설명
딱 들어맞는 사람이 '나(윤성중)'라고 했다. 나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그렇다면 등산을 하면서 인터뷰하자"고 했다. 그녀는 '좋습니다'라는 동사 뒤에 느낌표까지 붙여 메일을 보냈다. 등산에 관한 열정이 느껴졌다. 얼씨구나, 기분 좋았다.
인터뷰 날 송유진 에디터는 월간<산>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었다.증권대박
어수선한 내 책상 근처에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 우리는 사무실에서 나왔다. 회사 근처에 있는 낮은 산에 가기 위해 함께 길을 건넜다. 나는 그녀에게 질문했다.
"교보문고에서 일하기 전에 에디터나 기자였나요?"
그녀가 대답했다.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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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놀랐다. <어떤>은 꽤 잘 만든 책이었기 때문이다.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많았고, 표지와 내지 디자인도 훌륭했다. 월간<산>에서 내가 쓴 기사보다 더 재미있었다. 잡지를 만들어 본 경험 없이 이런 책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산 꼭대기로 향하는 오르막을 오르면서 그녀가 설명했다.
"<어떤>은 MD들이 만들어요. 지금은 에디터가 4명이고요. 매년 6만 권의 종이책이 탄생하는데, 매주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교보문고를 찾는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어요. 온라인에는 이런 성격을 가진 콘텐츠들이 이미 많죠. 하지만 종이 매거진은 다를 것 같았어요. 쉽게 휘발할 것 같지 않았죠."
"오! <어떤>은 순수한 면이 있군요! 월간<산>과 성격이 비슷해요.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요. 그 일을 해서 얻는 물질적 보상은 적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이 일이 재미는 있죠?"
"맞아요. 재미있어요. 늘 너무 재미있어서 문제예요. 재미있어서 일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등산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산은 낮았다. 우리는 금방 정상에 올랐다. 숲이 빼곡해서 조망은 없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꽤 더웠는데 우리는 쉬지 않고 떠들었다. 그녀는 나에게 일 자체가 모험이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산에 가는 건 일이니까 모험처럼 느껴지진 않아요. 일을 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했을 때! 그럴 일이 간혹 있는데, 그때 모험을 했다고 느껴요. 그러니까 4월 초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갔을 때,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복귀했을 때 같은 경우요. 에디터님은 MD였다가 에디터로 변신할 때 모험을 한다고 느낄 것 같은데요?"



교보문고에서 발행하는 어떤 3호. 정해진 금액 만큼의 도서를 구매하고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녀가 대답했다.
"오, 그런 것 같아요. <어떤>을 처음 만들 때 생각을 종이에 옮기는 것이라고 단순화했어요. 그런데 일이 점점 커졌어요. 교보문고에서 값을 책정해서 팔기도 했고(책으로 등록되어 팔고 있지는 않다. 독자가 책을 사면 추가 결제해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다), 도서전에도 나가고요. 처음과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이거 내가 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횡설수설 맥락없이 수다를 떨었다. '등산을 한 건가?'싶을 정도로 정신 없는 대화였다. 그러면서 그녀와 나는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알았다. 둘 다 재미있는 만큼 일을 해야 나중에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봤을 땐 별 쓸모없는 일을 우리 스스로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며, 그 일을 지속하게 하는 건 '호기심'이라고 결론냈다.



높이 200m 산 답사까지 한 <컨셉진>의 임재원 에디터와 최모레 사진작가
다음 소개할 사람은 임재원씨다. 그녀는 <컨셉진>이라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에디터다. <컨셉진>은 2012년 창간했다.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잡지로 크기가 손바닥만 하다. 매호 일상과 관련된 주제 하나를 잡고 콘텐츠를 만든다. 얼마 전 발행된 124호의 주제가 '등산'이었고, 마침 내가 쓴 책 제목에도 '등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편집부에서는 내가 <컨셉진> 124호에 등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듯했다.
인터뷰 장소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백련산(294m)이었다. 코스는 임재원씨가 직접 잡았다. 루트를 확인해 보니 녹번역에서 시작해 명지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거리 2.5km 백련산 종주코스였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날 답사까지 했다고 했다. 의구심이 들며 살짝 불안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약속한 날짜가 됐다. 나는 녹번역 3번출구 앞에서 임재원씨를 기다렸다. 얼마 후 누군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다가왔다. 그리고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임재원입니다."
나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마라톤 대회 때 얻은 것 같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산 타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곧 그녀의 뒤에서 사진작가 최모레씨가 등장했다. 그녀 역시 산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자신을 산으로 불러낸 임재원 에디터에게 불만이 있어 보였다).
나는 임재원씨를 따라갔다. 아파트 뒤쪽으로 돌아가자 산으로 가는 계단이 나왔다. 산에 오르기 전에 나는 내 배낭에서 여러 가지 등산용 모자를 보여 주면서 어떤 게 더 나을지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냥 쓰던 거 쓰세요."
나는 잠자코 모자들을 배낭에 넣고 그녀가 하라는 대로 했다. 계단을 올라가라고 하면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가고, 웃으라고 하면 웃고, 경치를 바라보라고 하면 경치를 바라봤다. 십수년 산을 탔지만 주인공 대접 받는 건 처음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천천히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서 임재원씨는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질문을 하는 바람에 나는 포즈를 취하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프로' 같았다. 능선을 다 타고 마을에 닿을 때쯤에야 나에게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두 사람에게 산행 후기를 물었다. 임재원씨가 먼저 대답했다.
"저는 어제 똑 같은 코스로 왔었어요. 포토 실장님이 카메라를 들고 산행할 수 있을지 확인하려고 했죠. 게다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를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제가 좋았다고 느꼈던 포인트들에서 기자님과 사진작가님도 좋다고 느낄지 걱정했어요.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잘 마무리됐네요. 미리 와보길 잘한 것 같아요."
최모레 사진작가도 이어서 대답했다.
"괜찮았어요. 이 정도는 쉬운 산 같긴 하네요. 예쁜 곳이 많았어요. 나무 사이로 빛이 내리고 그 안에서 사람이 걷고, 하늘도 예뻤고, 나무도 예뻤어요. 좋은 경치가 너무 일찍 나와버려서 감흥이 줄기는 했어요."
이어서 내가 질문했다.
"이렇게 예쁜데 왜 많은 사람이 산을 싫어할까요?"
최모레씨가 대답했다.
"오르막 오르는 게 힘들잖아요. 그런데 저는 내려가는 게 더 무서워요. 벌레도 싫어요."
임재원씨는 그와는 반대되는 입장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산에 가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바싹 긴장하게 돼요. 덕분에 잡생각이 안 나요. 발 하나하나 내딛는 데 집중을 하게 돼요.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산에 갔다오면 개운한 기분이 들어요."
어쨌든 두 사람은 산 타는 일이 끝났고 동시에 퇴근할 때가 되어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산행이 즐거웠다거나 재미있었다는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난감했을 수 있다. 얼마나 신경이 쓰였으면 임재원씨는 높이 200m 산으로 답사까지 왔을까? 나에게 난감한 건 무엇일까 생각했다. '마감'이었다. 마감 기간 사무실에 박혀 원고를 쓰는 것보다 산에 가서 100km를 달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게 여러 번이다. 그래도 하기 싫은 일과 좋아하는 일이 딱 반반씩 섞인 내 처지가 그나마 괜찮다고, 나는 나를 쓰다듬으면서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