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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풀고 부드러운 잘할게. 건물의 건데'2014년 4.3평화문학상 수상자' 제주 원로 소설가 양영수 씨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분량은 짧지만 반전과 여운을 남기는 꽁트 소설을 격주로 [제주의소리]에 연재한다. 일명 '양영수의 스마트소설'이다. 모바일 인프라가 널리 보급된 시기에, 스마트폰으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꽁트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다. [편집자 주]
내가 고등학교 동창 영지를 K호텔에서 만난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특별히 유명한 호텔도 아니었는데, 나는 옛날에 남편하고 같이 왔던 기억이 생각 나서 찾아온 것이었다. 듣고 보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니 영지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해서 같이 웃었다. 나는 서울에 볼 일이 내일로 잡혀 있어서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낼까 생각 중이었고, 영지는 오늘 누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스케줄이 바뀌어서 오늘 밤은 무료할 뻔했다니까 두 사람은 용케도 같은 사정이었다.
--원래 우리 세상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더 많다니까. 예정되고 약속해서 일어나는 일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이야 얼마나 되겠어. 특히 특별한 사람 만나는 일은 우연히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애.
영지는 나보다도 우리의 만남을 더 반기는 기색이었다. 고등학교 때 단짝친구였던 우리는 자유와 방종의 재미를 맘껏 즐긴 문제아들이었다. 교칙위반으로 정학 처분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소문나 있었고, 겨우 졸업장을 받았을 정도였다. 그 당시는 복장 뽀빠이릴게임 단정 규정이 엄하였고, 영화관 등 단속 구간으로 정해진 구역에 무단출입도 못하였다. 이런 시대에 용감하게 자유와 방종을 즐겼으니, 전교에 유명한 존재가 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졸업 후에 우리의 생활방식은 판이하였다. 오래 전 시대의 모범 규수나 현모양처가 된 것처럼 세상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고교시절의 막역했던 우정도 다 골드몽릴게임 잊어버리고 서로 연락을 끊어버릴 정도였다. 특히 영지의 가정 내 속박이 심했음은 나보다도 더 금욕적인 생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영지 자신은 그런 폐쇄적인 부부생할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나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나태하고 방종한 학생시절에 대한 참담한 회한의 정념으로 살았다. 넉넉한 집안 사정이었는데도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진학을 못하게된 나의 처지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나의 본능적인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목석같은 남편을 만난 것도 나의 불성실한 학생시절에 대한 천벌이라고 생각될 정도였고, 이런 심정은 수십년 간 욕구불만인 결혼생활 내내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목석 같은 남편만 보면 남성에 대한 모든 욕망이 저절로 사그라져버렸는데 그건 영지의 경우처럼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방종한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나는 그동안 영지를 만나보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다. 나와 비슷하게 조신하는 부부생할에 만족해야 했다는 영지는 이 같은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남편이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생활 스타일이 달라졌는지도 궁금하였다. 특히 옛날의 자유주의자 영지의 말년 생활이 남편 사망 후 어떻게 금욕생활을 참았는지를 알고싶었다. 간헐적인 소문으로는 학생시절의 영지가 남편이 죽은 다음에 다시 부활했다고 알려져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나로서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직도 학생시절의 방종한 생활에 대한 참회의 정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 같은 과거의 추억은 생각하기조차 싫었던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영지를 만나고 싶어 달려가고 싶었어. 이렇게 여기서 만날 줄이야. 정말 반가워.
나는 호텔 라운지에 영지와 마주 앉자마자 서둘러 입을 열었다.
--나도야. 이거 우리 얼마 만이니?
--우린 결혼 하자마자 거의 만나지 못한 거 같애. 이상도 하지, 결혼이 친구 사이를 그렇게 갈라놓다니.
--그만큼 결혼 생활에 충실했다는 거지 뭐.
--그런 점도 있을 거야. 세상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영지, 자네 경우는 그런 충실한 결혼생활을 위해 친구 잊어버리는 거 보람된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결혼 생활이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지. 소문 듣기로는 영지, 너는 요즘에도 안방 화장대 앞에 남편 사진 확대판을 세워놓고 있다고 하든데, 지금도 남편을 못 잊는 모양이지?
--뭐, 그거 사실인 거는 맞아. 자꾸 쳐다 보고 싶은 걸 어떡해.
--옛날 남편에게 지금도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알고 싶다 얘.
--그건 좀 설명을 요하는 문제야. 난 우리 남편이 죽어갈 때 우선은 속시원하다는 느낌이었어. 나를 감시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그러고 있을 때 다른 생각이 떠올랐어.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이젠 마음껏 자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지. 그럴 순간에 남편이 한 말이 떠올랐어. '내가 죽거든 실컷 바람을 피우며 살라고. 당신은 나에게서 너무 억압된 생활을 했어.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그 정도로 자기 희생 했으면, 이제 새장 밖에 풀려난 파랑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라고.' 남편의 이 말이 나의 미래 삶의 지표가 되어버렸어. 난 이것이 남편의 속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그래서 남편의 이 말을 내 마음 속에 명백히 전하기 위해 화장대 옆에 남편 사진을 걸어놓았지, 내가 아무리 자유를 즐겨도 이건 남편이 바라고 허락하는 바이다라는 뜻이지.
--난 그게 뭔지 알고 싶어. 여자가 말년에 자유를 즐긴다면 뭐 하는 자유인지 말이지. 좀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럴 능력만 쌓았다면 학문이나 돈벌이를 즐길 수도 있고, 그럴 재주가 있으면 예능분야에서도 즐거운 말년이 가능하겠지만, 농땡이 어린 시절을 보낸 내가 감히 넘볼 수가 없쟎은가. 그런 사람이 말년을 즐기는 건 연애하는 거 밖에 없더구나. 나처럼 비주얼 수준이 좀 괜찮고 입담이 있다면 그런 유혹을 느끼게 될 거 아닌가. 더구나 학생 때 몸에 밴 취향, 그러니까 속박에서 벗어나는 쾌감을 즐기는 거지.
--글쎄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냐고. 연애를 말년에 즐긴다니.
--뭐 그런거 있잖은가. 좀 괜찮은 남자 만나서 노닥거리고 춤추고 마시고 여행 가고 하는 거지 뭐. 나이가 있어서 그 이상은 욕심 내지 않게 돼. 남자들 중에도 수위조절이 잘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괜히 남자들 울리는 여자 깡패 되는 거 아냐?
--글세, 그런 거 대수롭지 않게 여기더라니까. 우리가 어느 기간 사귄 것을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보고 말이지.
--영지가 그런 말년의 연애를 수위 조절하면서 즐겼다는 건가.
--그렇다니까. 그렇게 남녀간에 어울려 즐기는 건 인간의 본능 아닌가. 더구나 인생만사가 다 그렇고 그렇더라는 체념 같은 것이 생겨날 때는 더 그런 거 같애.
--그것도 대단한 준비가 필요할 거 아닌가.
--그렇지. 물론 남자 지출이 훨씬 많지만, 여자가 남자 만나는 데에도 돈이 좀 필요하고, 술 마시고 춤 출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런데 난 학생 때부터 그런 방면에 눈이 트였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 남편은 돈에 여유가 있어서 나에게 이런 방탕한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알려줄 정도로는 기회를 주었지. 마치 남편 말고 다음 차례 남자들과의 데이트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를 그 맛만 보여줄 심산인 것 같단 말이지. 브루스춤 맛을 알 정도는 되었으니까.
--연애는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인간관계인데 처음과 끝이 딱 끊어지게 이루어지나.
--그게 어려운 일이지. 그냥 즐길 정도만 하는 거지 깊게 사귀다 보면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올스톱이 되어버리지. 연애의 기술이라는 것이 필요한 거여. 나이 들어서 순정주의는 가정파탄으로 가는 길이니까 말하자면 그냥 적당주의로 가는 거지. 부러움을 살 정도는 괜찮지만, 사회적인 비난이나 손가락질을 당하면 피곤해지지. 옛날 우리가 정학 처분은 받았지만, 퇴학까지 가지는 않았던 거와 비슷하달까.
--적당주의로 가려고 했는데 남자가 물불 안 가리고 댓시해 오면 사랑의 포로가 되는 거 아녀?
--남자가 그렇게 되기 전에 타이밍을 맞추어서 배신하는 시늉을 던지는 거지. 사실은 전에부터 다른 생각이었는데 내가 진작 고백을 못했노라는 등의 변명을 하는 건데, 그렇게 되면 남자들은 대체로 여자의 마음은 역시 갈대와 같구나 하면서 그런 경우를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설명하게 되드라고. 깨끗이 헤어지는 거지. 지금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이거 다 순간 순간 가슴 조이는 모험의 길이여. 솔직히 말해서 옛날 소싯적에보다 가슴이 더 울렁거려.
--이건 연습 게임이 아니고, 본선 경기다 생각하면 그럴 거 아니겠어? 영지, 자넨 말년에 다 해서 남자 몇 사람하고나 즐긴 거여.
--다 해서 10명은 넘을 거 같은데. 적은 숫자는 아니고, 그 중엔 지금 까마득히 잊어버린 남자들도 있지.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면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심 고생하는 거지 뭐.
--오늘 여기 호텔이 묵는 것이 혹시 영지, 자네의 연애사업하고 관계있는 건 아닌가.
--귀신같이 알아맞추네. 사실은 오늘 우리 애인하고 강원도 여행을 동행하기로 되었는데 갑자기 스케줄이 바뀌어서 내가 여기서 숙박하게 된 거라.
--한반도 남쪽 끝에서 서울, 아니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원정 데이트 무대로 할 정도이면 매우 깊은 사이인데, 그러다가 빼도 박도 못하는 딜레마가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 화장대 앞에 남편 대형 사진을 세워놓았다는 거 아닌가. 어디까지나 남편 허락이 내려올 만큼만 즐기자는 내 결심의 징표이지.
--나는 아까부터 어떤 생각을 했는고 하니, 옛날 문제학생 시절에 자유주의와 적당주의를 동시에 즐기는 방식을 배운 건 우리 두 사람에게 공통되는데 나만이 말년에 그런 처세법을 잊어버렸나 한 거야. 아마도 난 영지, 너와 같이 센스있는 남편을 두지 못했던 탓인가 봐. 우리 남편은 목석같이 둔감해서 여자가 인생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아무런 힌트도 던져주지 못한 채로 작고했거든.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네. 남자의 둔감한 마음을 여자의 뛰어난 감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도 있고, 세상 밖의 다른 남자들을 보고 감각을 키울 수도 있고. 시대는 바야흐로 자유주의 시대 아닌가.
--자네 말을 듣다 보니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내 화장대 앞에는 목석같은 우리 남편 사진 대신에 자네 부부들 나온 사진을 세워놓을 생각이여. 지금이야 생각나는데 영지 느네 결혼식 사진이 나에게도 하나가 있어. 나는 느네 부부가 제시한 처세술, 자유주의와 적당주의가 배합된 신자유주의를 채택하여 나도 자네처럼 말년을 즐겨볼 결심을 했다는 거여.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여. 오늘 말하다 보니, 나의 모험 인생이 모처럼 보람있게 느껴지는 날이네. 요즘 착잡할 뻔하던 내 기분도 그렇고, 오늘 저녁 식사대는 내가 쏠 생각이네.
--친구 따라 삼천리라더니, 오늘 나는 는 가는 거 같애.
내가 고등학교 동창 영지를 K호텔에서 만난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특별히 유명한 호텔도 아니었는데, 나는 옛날에 남편하고 같이 왔던 기억이 생각 나서 찾아온 것이었다. 듣고 보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니 영지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해서 같이 웃었다. 나는 서울에 볼 일이 내일로 잡혀 있어서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낼까 생각 중이었고, 영지는 오늘 누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스케줄이 바뀌어서 오늘 밤은 무료할 뻔했다니까 두 사람은 용케도 같은 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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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졸업 후에 우리의 생활방식은 판이하였다. 오래 전 시대의 모범 규수나 현모양처가 된 것처럼 세상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고교시절의 막역했던 우정도 다 골드몽릴게임 잊어버리고 서로 연락을 끊어버릴 정도였다. 특히 영지의 가정 내 속박이 심했음은 나보다도 더 금욕적인 생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영지 자신은 그런 폐쇄적인 부부생할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나로 말하자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나태하고 방종한 학생시절에 대한 참담한 회한의 정념으로 살았다. 넉넉한 집안 사정이었는데도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진학을 못하게된 나의 처지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나의 본능적인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목석같은 남편을 만난 것도 나의 불성실한 학생시절에 대한 천벌이라고 생각될 정도였고, 이런 심정은 수십년 간 욕구불만인 결혼생활 내내 계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목석 같은 남편만 보면 남성에 대한 모든 욕망이 저절로 사그라져버렸는데 그건 영지의 경우처럼 타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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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아도 영지를 만나고 싶어 달려가고 싶었어. 이렇게 여기서 만날 줄이야. 정말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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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결혼 생활에 충실했다는 거지 뭐.
--그런 점도 있을 거야. 세상이 그렇게 만들 수밖에. 영지, 자네 경우는 그런 충실한 결혼생활을 위해 친구 잊어버리는 거 보람된 일일지 모르지만, 나에겐 결혼 생활이 그런 것도 아닌데 말이지. 소문 듣기로는 영지, 너는 요즘에도 안방 화장대 앞에 남편 사진 확대판을 세워놓고 있다고 하든데, 지금도 남편을 못 잊는 모양이지?
--뭐, 그거 사실인 거는 맞아. 자꾸 쳐다 보고 싶은 걸 어떡해.
--옛날 남편에게 지금도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알고 싶다 얘.
--그건 좀 설명을 요하는 문제야. 난 우리 남편이 죽어갈 때 우선은 속시원하다는 느낌이었어. 나를 감시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그러고 있을 때 다른 생각이 떠올랐어.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이젠 마음껏 자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지. 그럴 순간에 남편이 한 말이 떠올랐어. '내가 죽거든 실컷 바람을 피우며 살라고. 당신은 나에게서 너무 억압된 생활을 했어.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 그 정도로 자기 희생 했으면, 이제 새장 밖에 풀려난 파랑새처럼 훨훨 날아다니라고.' 남편의 이 말이 나의 미래 삶의 지표가 되어버렸어. 난 이것이 남편의 속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그래서 남편의 이 말을 내 마음 속에 명백히 전하기 위해 화장대 옆에 남편 사진을 걸어놓았지, 내가 아무리 자유를 즐겨도 이건 남편이 바라고 허락하는 바이다라는 뜻이지.
--난 그게 뭔지 알고 싶어. 여자가 말년에 자유를 즐긴다면 뭐 하는 자유인지 말이지. 좀 구체적으로 말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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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냐고. 연애를 말년에 즐긴다니.
--뭐 그런거 있잖은가. 좀 괜찮은 남자 만나서 노닥거리고 춤추고 마시고 여행 가고 하는 거지 뭐. 나이가 있어서 그 이상은 욕심 내지 않게 돼. 남자들 중에도 수위조절이 잘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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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그게 얼마나 복잡한 인간관계인데 처음과 끝이 딱 끊어지게 이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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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서 10명은 넘을 거 같은데. 적은 숫자는 아니고, 그 중엔 지금 까마득히 잊어버린 남자들도 있지.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면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심 고생하는 거지 뭐.
--오늘 여기 호텔이 묵는 것이 혹시 영지, 자네의 연애사업하고 관계있는 건 아닌가.
--귀신같이 알아맞추네. 사실은 오늘 우리 애인하고 강원도 여행을 동행하기로 되었는데 갑자기 스케줄이 바뀌어서 내가 여기서 숙박하게 된 거라.
--한반도 남쪽 끝에서 서울, 아니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원정 데이트 무대로 할 정도이면 매우 깊은 사이인데, 그러다가 빼도 박도 못하는 딜레마가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 화장대 앞에 남편 대형 사진을 세워놓았다는 거 아닌가. 어디까지나 남편 허락이 내려올 만큼만 즐기자는 내 결심의 징표이지.
--나는 아까부터 어떤 생각을 했는고 하니, 옛날 문제학생 시절에 자유주의와 적당주의를 동시에 즐기는 방식을 배운 건 우리 두 사람에게 공통되는데 나만이 말년에 그런 처세법을 잊어버렸나 한 거야. 아마도 난 영지, 너와 같이 센스있는 남편을 두지 못했던 탓인가 봐. 우리 남편은 목석같이 둔감해서 여자가 인생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아무런 힌트도 던져주지 못한 채로 작고했거든.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네. 남자의 둔감한 마음을 여자의 뛰어난 감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도 있고, 세상 밖의 다른 남자들을 보고 감각을 키울 수도 있고. 시대는 바야흐로 자유주의 시대 아닌가.
--자네 말을 듣다 보니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내 화장대 앞에는 목석같은 우리 남편 사진 대신에 자네 부부들 나온 사진을 세워놓을 생각이여. 지금이야 생각나는데 영지 느네 결혼식 사진이 나에게도 하나가 있어. 나는 느네 부부가 제시한 처세술, 자유주의와 적당주의가 배합된 신자유주의를 채택하여 나도 자네처럼 말년을 즐겨볼 결심을 했다는 거여.
--듣던 중 반가운 말이여. 오늘 말하다 보니, 나의 모험 인생이 모처럼 보람있게 느껴지는 날이네. 요즘 착잡할 뻔하던 내 기분도 그렇고, 오늘 저녁 식사대는 내가 쏠 생각이네.
--친구 따라 삼천리라더니, 오늘 나는 는 가는 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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