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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단골 불청객인 독감(인플루엔자)이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의학계는 독감 백신이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당뇨약에 이어 심혈관 질환 예방의 ‘네 번째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기저 심장질환자에게는 백신 접종이 곧 생명을 지키는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오늘주식시황
강조한다.
감염 후 심근경색 위험 5배, 뇌졸중 4.7배 높아져
지난 8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학과 머독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감염이 심혈관 사건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메타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5년까지 발표된 1만여 편의 논문 가운데 바이러스 감염이 실험실에서 확인된 사례만 포함한 4이지라이브
8편의 고품질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인플루엔자 감염 후 28일 이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5.4배, 뇌졸중 위험은 4.7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자체보다는 감염에 따른 면역 반응, 혈관 염증, 혈전 생성 등 연쇄적인 생리적 변화가 심혈관 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휘발연봉일억
유가 뿌려진 집에 불을 붙이는 성냥개비”에 비유한다. 노화 혹은 심장질환 등으로 이미 위험요소가 누적된 심혈관계에 감염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지면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독감으로 생기는 강력한 염증 반응, 심장에 커다란 스트레스
독감은 걸리는 순간 몸 전체에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염증은 동맥경화반(혈주식정보추천
관에 쌓인 지방 덩어리)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찢어지게 하고, 혈전(피떡)을 생성해 혈관을 막는다. 또한 감염으로 인해 심박수가 올라가고 산소 수요가 급증하면서 심혈관계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커진다. 독감 확진 뒤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노화로 혈관이 좁아진 노인이나 심혈관 질환 환자들은 더욱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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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최근 학계에서는 독감 백신이 단순한 감염병 예방을 넘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독감 감염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각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에 집중했지만, 최근 발표된 논문들은 독감 백신이 이러한 위험을 직접적으로 줄여준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백신의 새로운 심혈관 보호 효과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죽상동맥경화’(Atherosclerosis)에 실린 종설 논문에서도 스웨덴 외레브로대학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연구진은 “독감 감염은 전신 염증과 혈전 형성을 유발해 불안정한 죽상경화반을 터뜨리고,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을 단기간에 급격히 높인다”고 설명했다. 죽상경화반이란 나이가 들면서 몸속 혈관 안쪽 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가 쌓여 형성되는 것으로, ‘죽상동맥경화반’(죽종)이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혈관 지름이 좁아지는 질병을 죽상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독감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 자체를 막는 것 외에도 두 가지 새로운 방식으로 심장을 보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첫 번째는 조절 T세포(Treg)의 활성화다. 백신은 염증을 억제하는 특정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를 활성화한다. 이 세포는 혈관 염증을 줄이고 혈관 내피 기능을 개선하여 심장마비 위험을 낮춘다. 두 번째로 백신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훈련해 독감 외 다른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독감 백신이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가장 잘 보여준 연구가 바로 아이에이엠아이(IAMI, Influenza Vaccination After Myocardial Infarction)다. 이 연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체코,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 2571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이다. 연구진은 환자들을 백신군과 위약군으로 나눠 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군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이 각각 약 41% 낮아졌고,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도 뚜렷하게 감소했다. 흥미로운 것은 백신 효과가 항체가 생기기 전인 접종 후 일주일 이내부터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백신이 단순히 바이러스를 막는 것이 아니라 면역 체계를 항염증 모드로 전환해 죽상경화반 파열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이용한 심부전 환자의 이상 혈관 사건 예방’(IVVE) 사례도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약 5천 명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전체 기간 심혈관 사건 발생률에 통계적 유의미 차이는 없었지만, 독감 유행기에는 백신군에서 심혈관 사건, 폐렴, 입원율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2023년 발표된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기저 심장질환자가 독감 백신을 맞을 경우 사망률이 최대 4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직후 백신을 접종할 경우 환자 23명당 1건의 심혈관 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지난 6월 유럽심장학회(ESC)는 임상 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ESC는 예방심장학회(EAPC), 급성심혈관치료학회(ACVC), 심부전학회(HFA)와 함께한 권고안에서 “백신은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당뇨약에 이은 심혈관 질환 예방의 네 번째 축”이라 명시하며 심부전·관상동맥 질환자, 임산부, 심장이식 환자 등에게 정기 접종을 권장했다. 이어 “백신 접종은 감염병 합병증을 넘어 심혈관 질환 자체를 예방하는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은 독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폐렴구균, 대상포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다양한 백신이 심혈관 사망률과 입원율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토마스 뤼셔 ESC 회장은 “백신은 단순히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도구가 아니라, 심장과 생명을 지키는 ‘예방약’이 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됐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8월, 미국심장학회(ACC)도 독감, 코로나19, RSV, 폐렴, 대상포진 등 백신 접종 확대를 권고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심혈관 질환 환자가 독감, 폐렴,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에 걸리면 일반인보다 입원과 사망 위험이 매우 크다는 연구 근거를 토대로 마련됐다. 보고서는 “예방접종은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필수적이며, 백신으로 얻는 이득은 드문 부작용 위험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ACC는 독감의 경우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모든 성인까지 매년 접종을 권고했으며, 65살 이상은 고용량·보강형 백신을 권장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