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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는 관심조차 없던 아이가 먼저 “아빠, 오늘은 어디 가?”라며 손을 잡는다. 매주 육아 미션에 도전하며
엄마만의 독박 육아를 맞돌봄으로 바꾼 아빠들을 만났다.
‘서울 200인의 아빠단’ 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한 아빠와 아이들이 안전 교육을 듣고 있다.
"아이가 아빠를 아예 안 찾았어요. 아빠라는 존재를 주말에 운전해주는 사람 정도로만 알았죠."
‘서울 200인의 아빠단’에서 활동하는 워킹 대디 이인철(40) 씨는 한때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 서먹한 아빠였다. 아내가 대신 신청한 '아빠단’에 뽑혀 떠밀리듯 활동을 시작한 그는 매주 온라인 미션을 같이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다. 첫째 이다온(10) 양이 먼저 "아빠, 다음 미션은 뭐야?"라고 묻기 시작했고, 다온 양과 시작한 활동은 둘째 이수호(4) 군에게까지 이어져 올해로 5년째다.
‘서울 200인의 아빠단’의 모태가 된 '100인의 아빠단’은 아빠의 육아 참여와 부부의 맞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1년에 시작한 육아 모임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정기적인 체험 활동을 통해 아빠의 육아 참여를 높이는 걸 목표로 한다. 현재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 17개 시도가 지역 아빠단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서울시는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 올해 기존 '서울 100인의 아빠단’을 '서울 200인의 아빠단’으로 확대했다. 지난 2월 모집에는 2018~2023년생 자녀를 양육하는 아빠 1412명이 몰렸고, 최종 선발 규모를 250명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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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단 활동은 실제로 가족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8월 22일 기자가 직접 서울 강서구 마곡안전체험관에서 열린 활동 현장을 찾았다.
‘엄마’ 대신 '아빠’를 찾는다
이날 '아빠랑 아이랑, 안전 한 걸음!’을 주제로 한 아빠단 활동은 오전과 오후 2차례 열렸다. 아침부터 거센 비가 내려 참여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자가 참여한 오후에도 체험관은 금세 아빠와 아이들로 북적였다. 곳곳에서는 "아빠, 아빠"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워킹 대디 이상원(40) 씨와 아들 이지웅(6) 군은 이번이 아빠단 세 번째 오프라인 활동이었다. 이 씨는 "아이와 더 친해지고 싶어 아빠단에 신청했다"며 "활동을 시작한 뒤 아이가 집에서도 자신을 더 많이 따른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아빠들은 우선 형광색 미아 방지 조끼를 입은 아이들과 함께 2층 보행안전체험실로 이동했다. 안전교육을 듣는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아빠와 조금 떨어져 앉아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빠 무릎에 올라가 꼭 붙어 앉은 아이도 있었다.
세 딸을 데려온 이준규(50) 씨 가족도 눈길을 끌었다. 둘째 이소현(6) 양에게 아빠와 하는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묻자 "놀이터에서 아빠가 그네를 밀어줄 때"라고 답했다. 이 씨는 "아이들이 어린 지금이 같이 시간을 보내기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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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함께 밖에 나간다"며 "아빠단이 다양한 활동을 마련해줘 주말마다 무엇을 할지 찾는 부담을 덜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집합 시간 전까지 활동 장소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서울 200인의 아빠단’은 3월 14일 남산 발대식을 시작으로 약 10개월간 매주 온라인 미션과 연간 5회가량의 오프라인 체험 행사에 참여한다. 온라인 미션은 전국 아빠단에서 활동하는 아빠 멘토 20명과 전문가 멘토 5명이 수요일마다 놀이·건강·교육·일상·관계 등 5개 분야의 놀이를 '100인의 아빠단’ 네이버 카페에 게시한다. 아빠들은 자녀와 미션을 수행한 뒤 사진과 후기를 공유한다. 아이의 감정을 알아보는 '아빠와 함께하는 마음 탐정 놀이’부터 '가족 노래 만들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2019년부터 아빠 멘토로 활동하는 워킹 대디 김기탁(44) 씨도 한때는 첫째 딸이 "아빠랑 있기 싫다"며 엄마만 찾았었다. 김 씨는 "아빠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런 놀이로 아이가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라며 "2018년 아빠단에 참여해 배운 육아 경험을 나누고 싶어 멘토를 자원했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둘째 김채언(7) 양에게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묻자 "놀아주고 친절한 좋은 아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현장에 함께한 조애진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인구사업과장은 "활동을 거듭할수록 주말이면 아이들이 먼저 '아빠, 오늘은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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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물을 만큼 아빠와 가까워진다"며 "엄마에게는 잠시 쉴 시간을 주고, 독박 육아를 맞돌봄으로 바꾸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워킹 대디 김기탁(44) 씨와 딸 김채언(7) 양, 이준규(50) 씨와 세 딸 이소희(5), 이소현(6), 이소은(10) 양. 이인철(40) 씨와 아들 이수호(4) 군(왼쪽부터).
아빠단 활동 후 둘째·셋째 출산해
현장에는 세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아빠가 유독 많았다. 이인철 씨와 김기탁 씨, 이준규 씨 모두 세 자녀의 아빠다. 아빠들이 주말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늘면서 자녀 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기탁 씨의 아내는 첫째 출산 후 육아에 지쳐 "더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김 씨가 아빠단 활동을 계기로 육아에 적극 참여하면서 둘째와 셋째를 낳았다. "두 아이만 잘 키우자"던 이인철 씨도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첫째가 동생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셋째를 결심했다. 이 씨는 "지금은 세 아이를 낳은 데 만족한다"고 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실 저출생담당관 김성민 저출생협력팀장은 "아빠단 활동 중 셋째를 계획하거나 실제로 셋째를 가진 가족도 많았다"며 "아빠들이 육아를 힘든 일로만 여기지 않고, 아이가 한 명 더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저출생 대응 정책을 출산 장려뿐 아니라 태어난 아이의 건강한 성장까지 확대하고 있다. '서울아이 든든한끼’ 등으로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겪는 식사·돌봄 공백을 메우고, 매년 '서울 200인의 아빠단’을 모집해 가정 내 맞돌봄 문화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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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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