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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평일에도 주차하려면 10분 대기는 기본입니다. 주말에는 사람이 나와 교통 정리를 할 정도니까요. 동네 사람들 중에 안 가는 사람들이 없어요.”
최근 방문한 고양시의 한 국군복지단 군마트 앞. 주차를 기다리는 20여대의 차량이 인근 도로를 점령했다. 평일 낮 2시를 넘겨 한산해야 할 시간인데도 주차까지 꼬박 10분이 걸렸다. 주차장 주변에 걸린 ‘마트 이용고객 인근지역 주·정차 금지’라는 현수막이 평소 주차난을 짐작케 했다.
마트 안은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로 북새통이었다. 끌고 다니는 카트마다 물건이선진 주식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주류, 유제품 등 일부 코너엔 카트 사이로 지나가기조차 힘들었다. 계산대는 5개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두 갈래로 늘어진 대기 줄에는 각각 20여명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판매되는 제품이나 구색은 일반 마트와 다를 바 없었다. 건강기능식품과 영양제 등 일부 제품에 군용이라는 표기가 있을 뿐, 대연복리상품
부분의 제품이 가정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시중보다 훨씬 저렴했다. 주변 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 비해 10~60%가량 쌌다.
실제 판매가를 비교해 보니 카스 355㎖ 캔 24개입 한 박스는 군마트가 2만7120원, 인근 마트가 4만4400원으로 63.7% 쌌다. 참이슬, 처음처럼, 새로 등 소주 360㎖ 병 제품은 개당 가격이 97인터넷게임사이트
0~1090원으로 35.3~52.1% 차이가 났다. 크리넥스 3겹 데코&소프트 화장지 24롤 묶음은 1만8810원(35ｍ), 2만7800원(30ｍ)로 절반 가까이 저렴했다. 1인당 2병으로 구매가 제한된 조니워커 18년 750㎖ 위스키는 10만9980원으로 인터넷 쇼핑몰보다 20~70%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

슈퍼·나노기술관련주
마트 납품가보다 싼 판매가…“이러다 다 죽는다”

군마트 주변 동네 슈퍼와 마트들은 가격 경쟁에 밀려 고사 위기에 놓였다. 실제 해당 군마트와 200~300ｍ 떨어진 동네 슈퍼 두 곳은 이미 문을 닫았다. 영업을 이어가는 슈퍼·마트들도 겨우 버티는 실정이다.
군마트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A(70빛샘전자 주식
)씨는 “16년간 장사를 했는데 언젠가부터 저녁에 주류가 하나도 안 나가더라. 소주를 한 병도 못 팔 때가 있다. 도매상에서 사오는 주류 물량도 3분의 1로 줄였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0년 이상 한자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B(65)씨도 “올 초 군마트가 생긴 뒤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니 대적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 주변 마트는 다 죽으라고 하는 것 같다. 버는 건 없지만, 1년만 더 기다려보자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군마트 운영 관리가 허술하다고 입을 모았다. 군인복지기본법, 군 복지시설 및 복지기금 관리·운용 훈령에 따르면 군마트는 현역 장병, 사관 생도·후보생, 전역 군인, 군무원,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예비군 및 가족 등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고양시에 위치한 군마트에 진열된 소주 박스 제품들. 강승연 기자


하지만 입구에서 신분증을 확인할 뿐 출구를 통해 입장하더라도 별다른 제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계산할 때도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지적이다. 대리·중복 구매도 문제다. 신분증 하나로 가족·지인 여러 명이 결제할 수 있어서다. 또 인당 100만원 구매한도가 있지만, 가족이 출입하면 가족 수만큼 구매할 수 있다.
제조사의 출고가가 지나치게 싸다는 점도 거론된다. 주류가 대표적이다. 주세법 시행령상 국군부대와 직접 계약에 따라 주류 가격을 산정할 때도 통상가격에 따라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군마트에선 일반적인 출고가보다 싸게 제품을 판매한다. 통상가격은 주류 제조사가 통상의 도매 수량과 거래방식으로 판매하는 가격을 말한다.
인근 마트 점장 C씨는 “소주를 병당 1230원에 들여와 1450원에 판매하는데 군마트에선 1090원에 판다”며 “주세법상 일반 공급가 이하로 팔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면세도 아니고 영내 PX도 아닌 영외 군마트에서 이렇게 싸게 파는 것이 정상적인 유통 구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통업계 관계자 역시 “군 복지단 가격이 일부 제품은 4년 전 출고가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며 “제조사도 손해를 보는 구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느슨한 관리에 유통구조 교란 우려…“소상공인 보호해야”

관리 사각지대에 군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온·오프라인으로 거래하는 전문 중도매상, 속칭 ‘삥쟁이’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마트가 전국 120여곳으로 늘어났고, 그 중 48%가 수도권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현재 군마트 점포 수는 롯데마트(112개)보다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군마트에서 출고가보다 싸게 산 제품들이 영등포나 청량리 시장으로 흘러가고,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유통된다”며 “특히 온라인에서는 세금계산서 발행도 없는 ‘무자료 탈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방문한 군마트 주변 상인 역시 “면도날처럼 단가가 높고 부피가 작으면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은 아침마다 군마트에서 싹쓸이해서 온라인 등에 재판매하는 것으로 안다”며 “불법 유통 구조가 버젓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소상공인 단체 및 유관기관들은 대응에 나섰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은 최근 국군복지단에 공문을 보내 신분증 확인 조사 강화, 구매한도 개선, 출고가 조정 등을 요청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 6월 국군복지단과 군마트 납품제품의 불법 재판매를 차단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온라인 플랫폼 내 불법 재판매 정황 제보를 받아 삭제·판매 차단 조치를 하는 내용이다.
김재면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군인 복지도 좋지만 소상공인의 생계가 달린 슈퍼, 마트를 문 닫게 할 정도로 저렴하게 납품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