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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요. 택했다. 내가 그냥 옮겨 일이 얘기는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다롄공업대학 모습. 다롄공업대학 누리집 갈무리


2002년 8월18일 밤, 중국 산시성 옌안에 사는 젊은 신혼부부가 침실에서 음란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 4명이 그들의 침실을 급습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경찰은 “누군가 몰래 음란물을 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다짜고짜 그들이 보던 비디오 시디(CD)를 증거물로 압수하겠다고 했다. 부부는 그들이 경찰을 사칭한 사기꾼이라 생각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음란물을 본다’는 이유로 경찰이 한밤중에 침실을 급습하리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겠다며 전세계에 개방되고 선진적인 국가 이미지오리지널 바다이야기
를 홍보하는 나라에서 말이다.
몸싸움 끝에 제압당한 남편은 음란 비디오 시디와 플레이어 등 증거물과 함께 파출소로 연행됐다. 부부에게 적용된 죄명은 1985년 국무원에서 반포한 ‘음란물 엄금 규정’ 위반이었다.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이른바 ‘쌍팔년도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불법을 단속하겠다는 경찰도 법원이 발부한 사전영장 등을 골드몽
제시하지 않고 위법적으로 공무를 집행한 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들에게 적용된 ‘음란물 엄금 규정’ 어디에도 개인이 가정에서 사적으로 음란물을 시청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은 없었다. 공공장소에서 타인과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음란행위를 하거나 공개적으로 음란물을 시청하는 행위 등에 대한 불법 규정이 있을 뿐이었다. 자의적인 법 집행이라고 비난할 시큐브 주식
여지가 다분했다.
경찰의 위법·보복 행위로 삶을 침탈당한 부부
부부는 벌금 1천위안(당시 환율로 약 20만원)을 물고 풀려났지만 마을에서 더는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부부의 ‘음란물 시청 사건’이 입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사건 내용이 더 선정적으로 부풀려졌고10년에10억만들기
부부는 온 마을의 조롱거리가 됐다. 그 사건이 지역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부부는 점점 ‘전국적인 화제 인물’로 부상했다.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부부가 자신들의 은밀한 침실에서 음란물을 보는 행위가 과연 국가권력이 개입해야 할 만큼 위법적인 일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은 곧바로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공권력 남용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챠트의맥
발전했고, 전국 각지에서 이 부부를 도와주겠다는 변호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과 소속 파출소를 비난하는 여론도 들끓었다.
두 달여 뒤 사건은 급반전을 맞았다. 언론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해당 파출소에서 남편을 ‘공무집행 방해죄’로 긴급 형사 구류를 한 것이다. 남편이 경찰에 격렬하게 맞서는 등 ‘인민경찰법’에 따라 정당한 법 집행을 하던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죄목이었다. 누가 봐도 여론의 비난을 받은 경찰서의 보복 행위였다. 사건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며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 사건은 4개월여 법적 공방 끝에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되면서 해당 경찰서의 공식 사과 및 관계자 문책과 함께 배상금이 지급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긴 법정 다툼과 구금 생활 등으로 이미 심신이 피폐해지고 온 마을의 조롱거리가 된 부부는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었다. ‘도덕 경찰’을 자임한 공권력에 부당한 법 집행을 강제당한 트라우마 외에도 마을 사람들과 친인척 사이에서 명예살인을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2025년 7월8일,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다롄공업대학(이하 다롄공대) 누리집과 학교 공식 소셜미디어에 한 장의 공고문이 발표됐다. “××× 학생에게 알립니다: 2024년 12월16일 일어난 당신의 부적절한 행위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일반 대학교 학생관리 규정’ 제30조 6항 및 ‘다롄공대 학생규율 위반 처분 규정’ 제19조 6항에 근거해 제적 처분을 내리고자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는커녕 신상 공개한 학교
학교 쪽이 적시한 학칙 위반 규정은 “외국인과의 부적절한 교제로 국격과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다롄공대는 당사자인 여학생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롄공대 여학생 국격 훼손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도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뜨거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2002년 옌안 부부 음란물 사건처럼 ‘쌍팔년도’식 학칙이 적용된 것도 문제였지만, 그 내용이 ‘외국인과의 부적절한 교제로 인한 국격 훼손’이란 게 더 큰 충격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24년 12월16일, 우크라이나 출신 이(e)스포츠 선수인 다닐로 테슬렌코(닉네임 Zeus)가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왔다가 다롄공대에 재학 중인 여성을 만나 하룻밤 관계를 맺었다. 문제는 테슬렌코가 그 여성과 찍은 호텔 방의 사적인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등에 게시한 것이다. 동영상 촬영은 서로 동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동영상 게재는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테슬렌코가 영상을 올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여자들은 정말 쉽다(easy girl)”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 온·오프라인 여론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테슬렌코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그 여성에게 사과했지만 분노는 진정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그 여성에 관한 온갖 소문과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성의 구체적인 신상이나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문제가 커진 것은 다롄공대가 해당 여성에게 퇴학 처분을 내린다고 공고한 7월8일 이후부터다. 다롄공대 학칙에는 “외국인과 부당한 교제를 하여 국격과 학교 명예를 손상한 자는 그 경중에 따라 징계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과 패권을 겨루며 21세기 국제 정세의 핵심 국가가 된 중국에서, 그것도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문화대혁명 또는 냉전 시대에나 존재할 법한 시대착오적 학칙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놀랍지만, 그 학칙을 실제 적용해 학생을 퇴학 처분한다는 것이 더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 누리꾼은 순간 자신들이 도덕 경찰이 존재하는 경직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사회에 사는 줄 알았다며 에둘러 학교 쪽의 처사를 비판했다.



2023년 3월1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공안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다롄공대의 공고문은 중국 내외에서 수많은 평론가와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가장 큰 비판 지점은 학교 쪽이 해당 여학생의 실명을 직접 공개했다는 것이다. 누리꾼과 평론가들은 다롄공대가 해당 여학생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명백한 여성혐오에 기반한 가부장적 민족주의 서사라고 비판했다. 한 예로, 2020년 명문 저장대학 남학생이 여성을 강간한 죄로 유죄 처벌을 받았지만 학교 쪽은 공고문을 통해 실명을 공개하거나 퇴학 처분을 내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머무르게 하며 관찰하겠다”는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여학생 피해자는 제적, 남학생 강간범은 보호
또 2023년 영국에 유학 중이던 중국인 남성이 다수의 여성에게 약물을 투여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중국 내 공식 언론 등에서는 한 번도 그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롄공대의 처사는 이해할 수 없는 성차별이자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가부장적인 정치적 잣대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실 그 여성은 불법 동영상 유출 피해자이지 처벌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게다가 그의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는 성인의 행위다. 하지만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여성은 학교 쪽이 굳이 퇴학 처분을 내리지 않더라도 이미 등교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인터넷에서는 “만일 해당 학생이 남학생이었다면 단지 외국인 여성과 하룻밤 잤다는 이유로 똑같이 실명을 공개하며 퇴학 처분을 내릴 수 있었을까?”라든지, 더 나아가 외국인 여성과 하룻밤을 즐겼다는 이유로 똑같이 그 남학생에게도 “국가 및 학교의 명예를 손상했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하는 누리꾼이 많다.
홍콩 출신의 유명 문화평론가인 량원다오는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팔분반’(八分半)에서 이 사건을 자세히 평론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중국 사회의 집단적 불안과 왜곡된 도덕심이 빚어낸 일종의 광기로 해석했다. “‘국격 손상’이라는 구실 아래 애꿎은 여성에게 돌팔매질이 가해지는 광경은 집단적 불안과 도덕적 분노가 결합한 사회적 제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의 기저에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 서사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국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국격을 손상했다’는 표현 속에는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 영토와 같은 소유물로 간주하는 가부장적인 민족주의 서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아무런 합법적인 절차 없이, 학교 쪽이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과 여론 등을 등에 업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인 여학생의 실명까지 공개하며 마녀사냥식으로 표적화했다고 비판했다. 그것은 결국 그 여학생에 대한 사회적 명예살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량원다오가 진행하는 이 팟캐스트는 공교롭게도 이 문제를 다룬 평론이 개시된 뒤 모든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국격 훼손하는 폭압적 감시국가의 민낯
2002년 ‘옌안 부부 음란물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문제는 “국가가 과연 개인의 침실까지 감시할 수 있는가”였다. 다시 말해 타인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국가가 ‘공공의 안전과 이익’이라는 구실로 감시하고 침해할 수 있는가였다. 2025년 ‘다롄공대 여학생 국격 훼손 사건’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가부장적 민족주의 정서를 가진) 국가의 자존심과 체면을 구겼다며 여론을 통해 ‘도덕 판결’을 받은 여성이 사회적 명예살인까지 당해도 되는가의 문제다. 침실이 공공장소가 아니듯이 여성의 몸도 국가의 영토가 아니다. 량원다오는 “사적 관계에 국가를 끌어들여 국격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정치적 의미를 덧씌우려는 수작이자 중국식 사생활 통제의 민낯”이라고 했다. 진짜로 국격을 훼손하는 행위는 바로 그러한 ‘통제와 감시’다. 다롄공대의 ‘실명 공고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중국)=박현숙 자유기고가
*북경만보는 베이징에 거주하는 박현숙씨가 중국의 숨은 또는 드러나지 않은 기억과 사고를 읽는 연재입니다. 3주마다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