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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남 작가의 ‘미시산수-금강내산’(2026). 미생물의 형상과 움직임을 금강산과 함께 표현한 병풍 형태 미디어 작품이다. 학고재 제공
거장이 된 ‘백남준 후예’들의 전시가 서울과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전통 미학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이이남(57) 작가, 과학적 데이터를 시각화해 최근 ‘백남준 예술상’을 수상한 일본의 료지 이케다(60) 작가다. 그렇다면, ‘백남준 키즈’들의 한·일전이라 불러도 될까.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쌓고 확장해 온 예술 궤적을 들여다본다.
용소폭포의 물을 떠다 현미경으로 관찰 중인 이 작가. 학고재 제공
◇물방울 속에서 길어 올린 생명과 우주… 이이남이 보여 주는 ‘보이지 않는 세계’=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 들어서니,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풍경이 동시에 밀려온다. 일상에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현미경 속 세계’가 옛 그림 속 산세와 함께 펼쳐져서다.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시어무형(視於無形) 청어무성(聽於無聲): 생명과 존재를 향한 회화적 사유’다.
전시 제목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고, 소리 없는 것에서 듣는다’는 뜻의 중국 고사를 차용했다. 그 사유의 시각화 중 대표적인 것이 수조를 활용한 미디어 설치 ‘두 개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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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속 수면을 경계로 위에는 곽희의 ‘조춘도’를 띄운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아래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생물의 흔적을 넣었다. 이때 물은 두 세계를 가르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이질적인 것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마치 모든 것은, 모든 인간은 그렇게 경계하고 매개하며 유기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미디어와 설치 작업 15.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출발은 물 한 방울. 작가는 전남광주 담양 용소폭포의 물을 직접 채집해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그 안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미생물의 흔적을 포착했다고 한다. 확대된 유기체의 이동과 군집은 그의 작품 속에서 산의 능선, 구름과 안개, 흐르는 물의 표면이 됐다. 미시 세계가 거시 세계와 만난 것. 전통 회화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온 작가가 이번에는 ‘두 세계’의 서로 다름을 포개 버린다. 가로 5m에 달하는 병풍 형태의 미디어 작업은 아예 그 이름이 ‘미시산수(微視山水)-금강내산’이다. LED 화면 속 .과 얼룩, 세포 같은 것들이 꿈틀거린다. 조금 떨어져서 보니, 이 작은 개체들이 어느새 금강산을 그리고 있다.
갤러리 한가운데선 전시의 근본이 된 용소폭포가 모니터를 타고 흐른다. 5대의 브라운관 모니터가 수직으로 쌓여 ‘하나의 물, 여러 개의 풍경-용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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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모니터는 서로 다른 폭포의 위치와 풍경을 담았다. 한 화면에선 물이 흐르고, 또 다른 화면에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바위의 일부가 있고 하는 식이다. 폭포를 오가며 물을 채집하고 사유한 작가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작가는 대형 미디어파사드와 공공 프로젝트까지 활동 영역이 넓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과 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폐막식의 미디어아트 감독을 맡았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료지 이케다의 ‘데이터-버스2(Data-verse2)’는 인간과 우주의 방대한 데이터를 음악과 함께 시각화했다. 하우스오브레퓨즈 제공
◇숫자들이 질주하는 제주의 숲… 료지 이케다의 ‘데이터 예술’=오랫동안 방치됐던 제주 애월의 한 폐건물이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료지 이케다의 작업들로 가득 찼다.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료지 이케다(Ryoji Ikeda)’. 약 1000㎡ 규모의 건물을 충분히 활용한 전시는 비처럼 혹은 빛처럼 우리 머리 위에 ‘숫자’를 내린다. 동시에 강렬한 전자음이 귀를 때리고 몸을 관통한다. 우주 속일까, 영화 속일까, 아니면 꿈일까. 어느새 관람객은 무장 해제된다.
강렬한 ‘데이터 영상’은 실제 연구소들로부터 제공받은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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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 작곡가이기도 한 이케다 작가는 수학적 정밀성, 미학과 영상 매체의 본질적 특성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시각화된, 그래서 예술이 된 각종 데이터는 그때부터 정보가 아니라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또 다른 재료가 된다.
지난달 개막일에 전자음악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케다 작가. 하우스오브레퓨즈 제공
전시의 핵심은 ‘무한’과 ‘코드’를 물질적 감각으로 치환한 신작들이다. ‘디 이리듀서블(the irreducible)’은 LED 벽면을 수백만 자리 숫자로 채우고, 거울 바닥에 이를 끝없이 반사하는 오디오비주얼 설치다. 화면의 숫자에 규칙이 있는지, 무작위인지 판별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작품의 핵심이다. 인간을 해체한 데이터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다. ‘수학적’ ‘과학적’ 숭고가 이케다의 예술 세계인 것이다.
‘더 크리티컬 패스(the critical paths)’는 천장 LED 스크린과 양쪽 거울 벽으로 만든 약 25m 길이의 통로형 설치다. 이는 이케다 월드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한다. 처음 마주하는 감각에 마음이 달뜬다. 천장에는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가 흐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작품명 속 ‘크리티컬 패스’의 의미를 떠올린다. ‘반드시 제때 통과해야 하는 핵심 경로’. 비장함까지 품게 하는 작품과 전시다. 누군가는 초월적 세계에 다다른 ‘착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
르는 경계이면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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