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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스 해변 주변 풍경




코르도바 Cordoba세계의 보석이자 무어인의 도시
첫 번째 목적지는 이베리아 반도 남쪽에 위치한 코르도바(Cordoba)다스멕스 주식
.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은 아프리카 모로코 북쪽 해안에서 불과 14.9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스페인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전형적인 특징과는 정반대의 풍경을 자아내는 이 지역은 아프리카 대륙과의 지리적 접점으로 인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2070년이면 안달루시아 지역 전체가 사하라 사막의 영향권에 들어증권HTS
서 완전한 사막화를 이룰 것이란 전망도 대두된다. 아프리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안달루시아의 지역적 정체성은 ‘무어인’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안달루시아 소도시 중 가장 대표적인 코르도바는 예로부터 ‘무어인의 도시’로 불린다.



깨끗하게 단장된 코르도바 역사지구의 거리 풍경
텐인텐



무어인은 이베리아 반도와 북아프리카에 살았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슬람계인을 통칭한다. 9세기 무어인이 지배하던 당시의 코르도바는 ‘세계의 보석’이라 불리며 아랍 스페인의 수도로 인식되었다.

과달키비르 강이 가로지르는 도심 주변에는 유진로봇 주식
무어 양식의 건축물이 위용을 뽐낸다. 스페인에 거주했던 무어인의 약 5세기 동안 이어진 통치가 남긴 유산이 현재까지도 코르도바의 명성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배경으로 자리한다.



(위에서부터)코르도바 기차역 플랫폼 전경, 코르도바 도심을 가로지르는 과달키비르 강, 코르도바 역사지유비컴 주식
구에 자리한 코레데라 광장과 과달키비르 강



소도시 탐험의 장점은 이동이 다소 쉽다는 점이다. 코르도바 기차역에서 과달키비르 강이 흐르는 도심까지는 약 2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있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천천히 산책하며 도시의 면면을 두 눈에 담는 것이 소도시를 즐기는 가장 심플하고 훌륭한 방법이 아닐까.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풍부한 문화와 부유한 도시의 역사가 숨가쁘게 눈을 사로잡는 코르도바에서 산책의 즐거움은 시대를 초월하는 기분을 안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로마다리와 도심 전경



찬란했던 시대의 흔적이 매 순간 느껴졌다. 깨끗하게 단장된 좁은 거리, 그 거리를 구성하는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롭게 칠해진 고풍스러운 집과 건물들, 꽃으로 가득한 여러 곳의 안뜰을 지나 옛 유대인 지구와 예배당을 마주쳤다.

좁다란 골목을 지날 때마다 나타나는 거대한 무리의 관광객들에 섞여 그들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도 하고, 미로 같은 골목에서 길을 잃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하며 걸었다. 그렇게 유서 깊은 유적이 모여 있는 강가로 향했다.



꽃과 화분으로 장식된 코르도바 역사지구 골목길



메스키타 대성당은 무어인의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코르도바의 가장 대표적인 유적지 중 하나다. 8세기 후반에 모스크로 처음 건축된 이 건물은 수세기에 걸쳐 정교하게 증축되어 스페인 전역에서 이슬람 예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15세기 기독교인들이 스페인을 재정복하는 동안 모스크 안에 가톨릭 성당을 건립, 오늘날에는 ‘코르도바 모스크 대성당’이라 불리며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안달루시아의 문화를 보여준다.



(위에서부터) 모스크에서 가톨릭 성당으로 변모한 메스키타 대성당, 과거 요새로 사용된 칼라호라 탑, 과달키비르 강 주변에 조성된 산책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성당은 전 세계 관광객이 코르도바를 찾는 이유기도 하다. 대성당에서 맞은편 과달키비르 강을 가로지르는 로마다리도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다. 무어 양식으로 복원된 이 다리의 강 건너 다리 끝에 옛 요새로 쓰이던 칼라호라 탑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는 내부에 안달루시아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탑 꼭대기에 오르면 강가 주변을 넘어 코르도바 도심 전역을 조망할 수 있어 하루 종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치형 기둥의 무어 양식이 돋보이는 메스키타 대성당



인파에서 벗어나 탑 꼭대기 대신 강가 인근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 휴식을 취했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인해 때아닌 폭염이 찾아온 이날, 그늘 아래 목 좋은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며 강 건너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호사가 따로 없다.

‘코르도바를 방문하지 않고는 안달루시아를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한 블로거의 문장을 본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과연 맞는 말이다. 한낮의 찌는 듯한 폭염을 뚫고 코르도바에 오길 잘했다 싶다.


산티폰세 Santiponce스페인에 건설된 최초의 로마제국 도시





(위에서부터) 로마제국 당시 건설된 로마 원형 경기장, 로마제국 당시 주택 내부를 장식한 화려한 모자이크 양식



세비야에서 당일치기로 둘러볼 주변 마을을 물색하다가 한 현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곳이 바로 산티폰세(Santiponce)였다. 세비야 도심의 버스정류장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약 1시간가량 북쪽으로 이동하면 산티폰세 마을이 속한 알하라페 지구 초입에 닿는다.

세비야 도심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이 마을은 세비야에 머물면서 하루 피크닉 차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일단 이곳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너무나도 고요한 주택가 풍경에 놀라게 되는데, ‘관광’과는 자칫 동떨어진 평범한 마을에 불과한 첫인상이 산티폰세 여행의 출발점이다.



(좌)마을 공원에 자리한 오렌지나무 (우)산티폰세 마을의 한가로운 풍경



아파트와 같은 높은 빌딩의 건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이 즐비한 인적 드문 골목길을 산책하며 일단 마을 중심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을 수놓은 오렌지나무에는 풍년을 이룬 것처럼 주황색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상큼한 오렌지 향기에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고요와 평화가 깃든 현지인 동네에서 ‘관광’을 잠시 잊는다. 그것으로 피크닉의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 같은 기분이다. 여행은 좋지만 인파는 싫은, 나 같은 성향의 여행자에게는 번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발길이 닿은 산티폰세는 그야말로 축복과도 같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수령이 800~1000년 사이로 추정되는 고대 나무



고요함과 평화로운 분위기의 동네를 한껏 즐기고 주택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티폰세의 진가가 서서히 얼굴을 드러낸다. 평범한 마을에 지나지 않은 이곳이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이유는 고대 로마 도시인 이탈리카의 고고학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3세기에 에스키피온 장군이 세운 이탈리카는 두 명의 로마 황제를 배출하는 등 당대 로마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다. 스페인에 건설된 최초의 로마 도시로 명성을 얻었고, 주변의 비옥한 땅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핵심 도시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이곳에는 군사캠프가 들어서고, 독립된 지방 자치제를 인정받기도 했으며, 여가를 위한 공공건물이 세워지고, 자체적으로 화폐를 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8세기경 아랍인들의 침략으로 인해 이 당대 최고의 도시는 쇠퇴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좌)침략으로 파괴된 로마 원형 경기장 일부 전경 (우)로마 원형 경기장 내부 회랑



아랍인들의 침략은 로마 도시 기반시설의 대다수가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그중 일부 유적이 남아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로마 원형 경기장과 목욕탕, 모자이크 타일 등이 대표적이다. 2만 5,000석 규모의 이곳 로마 원형 경기장은 로마제국 당시 건설된 원형 경기장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당시 로마제국 인구가 8,000명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로마 황제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하드리아누스 목욕탕’의 건물 일부가 남아 있으며, 당시 지어진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여러 채의 주택 또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단, 주택 건물은 대다수 파괴되어 모자이크 장식만이 남아 있다. 산티폰세에는 1872년 스페인 국가기념물로 지정된 ‘산 이시도로 델 캄포 수도원’도 자리해 있는데, 14세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이 수도원 내부에는 두 개의 예배당과 회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디스 Cadiz3,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디스 중앙시장



마지막 소도시는 안달루시아 남서부에 위치한 해안도시 ‘카디스(Cadiz)’다. 스페인을 여행하기 전, 포르투갈에 머물고 있을 때 만났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안달루시아 여행에서 ‘카디스는 0순위 장소나 다름없다’며 반드시 방문할 것을 강력 추천했었다.

지도를 펼쳐 그곳의 위치를 확인하는 순간, 카디스에 대한 흥미가 한층 고조되기 시작했다. 육지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그렇다고 섬은 아닌 이곳의 지형적 구조는 카디스 만에서 돌출된 섬의 형태로 이뤄져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땅 위로 돌출된 섬에 자리한 카디스 구도심.



(위)카디스 해변 주변 풍경 (아래)대서양 바다로 둘러싸인 카디스 도심



이 오래된 항구도시는 이베리아 반도는 물론 유럽에서도 역사적으로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진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해온 정착지이자 남서부 유럽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카디스의 건립은 기원전 11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다로 둘러싸인 고대 도시는 대서양의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혀 넘실대고, 남쪽으로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긴 해변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는 하루 중 언제라도 뜨거운 햇빛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는 이곳은 일년 중 어느 때라도 해변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휴양도시다.



산 후안 데 디오스 광장에 세워진 동상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해변 인근 노천식당과 선술집에는 사람들로 분주한 활기찬 분위기가 왁자지껄 이어진다. 관광객과 현지인 누구라도 인상 찌푸리는 이 하나 찾아볼 수 없다. 스페인 하면 으레 떠올리는 ‘열정’과 ‘낭만’, ‘자유’ 등의 단어가 카디스 곳곳 풍경과 닮아 있다. 하루 온종일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성곽길을 걸으며 역사지구를 둘러보는 것 등이 카디스에서의 시간을 채우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지구 중심부의 좁고 운치 있는 골목길이 어지러이 뒤섞여 있는 유서 깊은 동네인 바리오가 카디스 역사 탐험의 핵심장소다. 바다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 동네는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양식이 어우러진 카디스 대성당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여러 광장들을 연결하는 좁은 길이 특징이다.



(좌)역사지구 골목길 풍경 (우)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디스 중앙시장



어느 길을 따라가더라도 활기 넘치는 광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지방 정부 청사가 있는 에스파냐 광장, 중앙 시장을 포함해 도심의 크고 작은 쇼핑시설이 즐비한 플로레스 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역사지구를 둘러싼 거대한 석조 성벽과 요새는 1596년 영국 해군의 공격과 침입에 방어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도시의 풍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감상하기 위해서는 성곽을 따라 걷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대서양의 절경을 감상하려면 라 칼레타 해변과 헤노베스 공원의 산책로를 추천한다. 라 칼레타 해변은 산 세바스티안성과 산타 카탈리나성이 보이는 유명한 해변으로 일몰 무렵 석양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첫째, 둘째 사진)전시장으로 변모한 카디스 요새 건물 내부 전경, 18세기에 건설되어 군사시설로 사용된 산 세바스타안성



산 세바스티안성 꼭대기에 올라 대서양과 그 주변 해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3,000년의 긴 시간 동안 매일같이 뜨고 지며 반복되었을 석양의 붉은 물결, 서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의 석양을 바라보며 시간의 의미를 새로 새겼다. 이 순간을 잊지 않도록 마음속에 깊이 기억하며. 그렇게 이토록 찬란한 도시와 작별을 고했다.




라 칼레타 해변에서 포착한 일몰 풍경



[글과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1호(25.08.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