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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터져나갈 듯했다. 관람객으로 참여한 수만 명의 시민들은 질서정연했다. 2025년 6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닷새간 이어지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서울국제도서전이 주최하고 6월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각국의 총 535개 출판 관련 기업과 단체가 참가했다. 수천 명의 출판인과 수만 명의 독자가 한꺼번에 몰려든 첫날부터 행사장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역대 최다 인원이 관람한 2024년 행사 때는 입장하는 데만 한두시GST 주식
간이 소요되었고 5일 동안 최소 15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주최 쪽은 “지난해 행사 수준보다 몇배로 방문객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침착하게 줄을 선 독자들
오전 개회식에는 전재수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 2025년 주빈인 대만(타이완) 하오밍이 출판그룹 다콰이문화(大塊文化·로커스) 대표 등 내빈들이 오션파라다이스 먹튀
참석했다. 1956년생인 하오밍이 대표는 빨간 안경테에 전동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 부산 사투리로 감격스럽게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살다가 대만 출판인으로 방문했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음식과 오락, 대지와 여행, 역사 등을 포함한 ‘대만 감각’을 한국에 선보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는 유머러스하고도 열정적인 홍릴온라인
보맨을 자처해 첫날 도서전의 ‘핵인싸’로 떠올랐다.



올해 주빈인 대만(타이완) 하오밍이 출판그룹 다콰이문화(大塊文化·로커스)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우려와 달리 첫날부터 모여든 독자들은 질서있고 인내심 있게 줄PC파칭코
을 서서 출판독서계의 가장 큰 이벤트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처음 참가사로 등장한 박정민 배우의 출판사 ‘무제’ 앞은 출판인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을 보고 책을 사려는 독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출판사 쪽은 “독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잠시 시간을 두고 판매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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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박정민 대표(가운데 모자 쓴 이)의 출판사 ‘무제’ 부스에서 박 대표가 손님들을 맞고 있다. 이유진 기자


‘도서전의 강자’ 민음사를 비롯한 여러 대형출판사의 부스 또한 독자들이 100여m가 넘는 줄을 서서 계산을 했다. 판매대엔 직원들이 번호표를 들고 책값을 정산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도 처음으로 도서전에 참여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산책방에 모습을 드러내 독자들과 어울렸고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자로 등장했다.



민음사 부스. 이유진 기자


독립출판사 부스에도 대만의 독특한 독립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해 책을 선보였다. 귤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는 만화가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는 신간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5권을 내놓았고, 부지런히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여러 목소리가 엇갈리다
이번 도서전에는 예년과 달리 100% 사전예매가 이뤄졌고 현장에서는 표를 구할 수 없었다. 8천원에 살 수 있었던 입장권은 당근마켓 등에서 웃돈에 거래 되었다. 외국에서 온 독자들도 표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안전이란 명목으로 현장 입장권 구매를 막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독자들의 참여를 막는 일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밖에도 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출협과 공동 주최로 나선 ㈜서울국제도서전은 윤석열 정부가 카르텔 의혹으로 윤철호 출협 회장과 서울국제도서전 주일우 대표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보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출협 쪽의 설명이다. 윤 회장은 이날 축사에서도 “계엄으로 인해 나라가 혼란에 빠졌고 국민들을 갈라치기하고,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사람들이 얼마 전까지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은 책을 사랑하고, 그 정책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억누르고 분열시키지 않고 힘을 북돋는 것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끊긴 이후 도서전이 주식회사로 모습을 바꾼 것에 대한 부득이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 기자회견. 이유진 기자


그러나 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았다. 행사 직전인 이날 오전 9시30분엔 도서전이 열린 코엑스 동쪽 마당에서 문화연대, 민변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 이후,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작가노조준비위원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회의가 모인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공성 연대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식회사화’에 반대한다”며 “도서전의 주식회사 전환을 시도한 것은 도서전에 내재한 공공성의 근간을 뒤흔드는 명백한 사유화”라고 비판했다. 2024년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했다는 논란을 낳은 작가 오정희의 도서전 홍보대사 활동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인 송경동 시인(작가회의 사무총장) 또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24년 시위를 벌이다 도서전을 찾은 당시 김건희 여사 경호원들에게 제재당해 현장에서 끌려나가기도 했다. 송 시인은 “오정희 홍보대사의 문제에 대해서도 출협은 반성과 사과가 없었다. 출협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반성하라”라고 비판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양쪽이 서로 협상할 여지 없이 반목하고 있고 이를 중재할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출판계의 갈등 속에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성대하게 막을 연 도서전을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는 이들은 서로 배려하고 ‘믿을 구석’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독자와 출판인들이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첫날 오전 모여든 인파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하오밍이 다콰이문화 대표가 대만 주빈관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유머러스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도서전의 ‘핵인싸’로 떠올랐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