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자동문자
가수 이박사.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모차르트는 천재였다. 5살 때부터 유럽 투어를 다녔다. 베토벤도 천재였지만 빛을 본 것은 뒤늦게다. 첫 교향곡이 서른에 나왔다. 그때껏 베토벤이 했던 일은 단순하다. 오스트리아 전역을 돌면서 민요를 모았다. 남의 나라인 스코틀랜드 민요를 손수 정리해 출판하는가 하면, 자신의 교향곡에 오스트리아 남부지방 민요를 변주해 삽입하기도 했다. 거장의 음악세계 근본은 자기 나라 보통 사람들의 노래였던 것이다.한국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다방 DJ를 하며 산타나와 딥퍼플 같은 로큰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근본은 뭇사람들의 소리에 있었다. 대금을 불었던 아버지, 굿판에서 창을 하던 어머니가 음악의 원천이었다. 젊은 시절 관광버스 가이드로 전국을 돌며 트로트 테이프를 달달 외웠다. 그는 비슷한 세대의 '쎄시봉'처럼 통기타 포크 가수가 되지 않았다. 나훈아, 남진 같은 트로트 스타가 되지도 않았다. 그가 택한 것은 아무도 걷지 않았던 선구자의 길이다. 심장박동보다 빠른 BPM(분당 비트)에 입으로 연주를 하고 즉흥성에 몸을 맡기는 장르. 그래서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되는, '뽕짝'.손가락질받아도 언제나 뽕짝. 그의 대표곡 '스페이스 환타지'의 가사처럼 이박사(71·본명 이용석)가 대중음악계에서 받았던 취급은 괄시에 가까웠고 좋게 말해야 'B급'이었다. 그러나 전자음악인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주류 장르가 되자 그가 진지하게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부터 젊은 음악가들과 협업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래퍼 머쉬베놈의 '돌림판'에 피처링했다. 음악적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던 것이 또다시 놀라움을 샀다. 1989년 데뷔 앨범을 낸 그에게 주어지는 2025년의 평가가 이렇다. "이제야 시대가 이박사를 따라잡았다." 그가 베토벤쯤 되는 거장이냐고 의심하지 말라. 일단 박사 아닌가? 지난 9월 23일 '신빠람' 이박사를 만났다. 그의 음악인생을 되짚으니 퍼즐을 맞추듯 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래퍼 머쉬베놈과 작업한 음원 반응이 뜨겁다. "아, 그렇더라니까." - 젊은이들 사이의 인기를 실감하나. "실감한다. 전화도 많이 오고, 길에 나가면 나를 보고 사람들이 휴대폰을 쳐다보더라. 그 음원 뮤직비디오를 보느라고. 그러고는 꼭 사진을 찍자더라." - 힙합 뮤지션과 협업한 건 처음인가?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그렇다. 가수 이박사.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모차르트는 천재였다. 5살 때부터 유럽 투어를 다녔다. 베토벤도 천재였지만 빛을 본 것은 뒤늦게다. 첫 교향곡이 서른에 나왔다. 그때껏 베토벤이 했던 일은 단순하다. 오스트리아 전역을 돌면서 민요를 모았다. 남의 나라인 스코틀랜드 민요를 손수 정리해 출판하는가 하면, 자신의 교향곡에 오스트리아 남부지방 민요를 변주해 삽입하기도 했다. 거장의 음악세계 근본은 자기 나라 보통 사람들의 노래였던 것이다.한국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다방 DJ를 하며 산타나와 딥퍼플 같은 로큰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근본은 뭇사람들의 소리에 있었다. 대금을 불었던 아버지, 굿판에서 창을 하던 어머니가 음악의 원천이었다. 젊은 시절 관광버스 가이드로 전국을 돌며 트로트 테이프를 달달 외웠다. 그는 비슷한 세대의 '쎄시봉'처럼 통기타 포크 가수가 되지 않았다. 나훈아, 남진 같은 트로트 스타가 되지도 않았다. 그가 택한 것은 아무도 걷지 않았던 선구자의 길이다. 심장박동보다 빠른 BPM(분당 비트)에 입으로 연주를 하고 즉흥성에 몸을 맡기는 장르. 그래서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게 되는, '뽕짝'.손가락질받아도 언제나 뽕짝. 그의 대표곡 '스페이스 환타지'의 가사처럼 이박사(71·본명 이용석)가 대중음악계에서 받았던 취급은 괄시에 가까웠고 좋게 말해야 'B급'이었다. 그러나 전자음악인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주류 장르가 되자 그가 진지하게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2010년대부터 젊은 음악가들과 협업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에는 래퍼 머쉬베놈의 '돌림판'에 피처링했다. 음악적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던 것이 또다시 놀라움을 샀다. 1989년 데뷔 앨범을 낸 그에게 주어지는 2025년의 평가가 이렇다. "이제야 시대가 이박사를 따라잡았다." 그가 베토벤쯤 되는 거장이냐고 의심하지 말라. 일단 박사 아닌가? 지난 9월 23일 '신빠람' 이박사를 만났다. 그의 음악인생을 되짚으니 퍼즐을 맞추듯 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래퍼 머쉬베놈과 작업한 음원 반응이 뜨겁다. "아, 그렇더라니까." - 젊은이들 사이의 인기를 실감하나. "실감한다. 전화도 많이 오고, 길에 나가면 나를 보고 사람들이 휴대폰을 쳐다보더라. 그 음원 뮤직비디오를 보느라고. 그러고는 꼭 사진을 찍자더라." - 힙합 뮤지션과 협업한 건 처음인가?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그렇다. 밴드 윈디시티하고는 여러 번 했는데 힙합과는 처음이다.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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