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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읽고 뭐하지만 기자 admin@slotnara.info편집자주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객관식 시험'이라는 칭송과 '교실 수업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시험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1993년, 학력고사로 대표되는 암기식 시험 체계에서 한국 교육을 구해 줄 '구원자'로 등장했지만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인재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맞지 않아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졌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영어 불수능' 논란이 촉발한 수능 비판론과 이에 맞선 옹호론을 집중 취재했다. 또 수능 출제에 관여한 내부자가 전하는 깊은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른세 살이 된 이 시험이 야마토게임장 어떻게 거듭나야 할지 살펴봤다.
한 수험생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릴게임무료 "1년에 시험을 여섯 번 치러서 한 번이라도 250점(400점 만점)을 넘으면 더 볼 필요 없게 하려고 했어요. 그 정도면 대학에서 공부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본 거죠."
'수능 설계자'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1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 애초 구상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자격을 묻는 시험이었다. 릴게임뜻 그가 기준점으로 제시한 '250점'은 지금으로 치면 4, 5등급(원점수 500점 만점에 약 313점) 수준이다. 수능을 지원 자격으로만 쓰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하려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설계자의 기대와 어긋났다. 1993년(1994학년도) 첫 시행 이후 수능의 영향력은 점점 막강해졌다. 수능 점수로 사회·경제적 체리마스터모바일 지위를 가를 수 있는 '대학 간판'이 결정되다 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는 단 1점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탓에 역대 13명이었던 평가원장 가운데 9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지난해 12월 사임한 오승걸 전 평가원장은 오류가 있는 문제를 출제해서가 아닌, 시험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물러난 첫 수장이었다.
수능을 둘러싼 논란은 시행 바다이야기룰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시험을 두고 "누더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과도한 학습 부담, 대학 서열화, 사교육비 급증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적당히 막다 보니 정체불명의 시험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2026학년도 불수능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교육의 최대 난제인 이 시험을 해부했다. 이를 위해 수능 출제의 역대 핵심 내부자 12명(평가원장 5명, 출제위원장 2명, 출제·검토위원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난도 논란을 넘어, 수능으로 대변되는 한국 교육의 진짜 문제를 들여다봤다. 이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인서울 의대 갈 애들' 변별 도구 된 수능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달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수험생의 성적을 서열화하려면 초고난도 문항이 필요해요. (사람들이 비판해도) 초고난도 문항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2024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이었던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변호했다. 보통 정답률이 20%대거나 이를 밑도는 문항을 가리키는데 수험생 사이에선 '괴물문항'이라고도 한다. 오지선다인 수능에서 정답률이 20%라는 건 사실상 모든 학생이 찍었을 때 나올 수 있는 확률이다.
하지만 수능 출제자들은 "킬러문항은 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입시 체제에서 수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 대학이 학생을 뽑기 수월하도록 수험생을 점수로 줄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도순 교수가 처음 설계한 자격시험이 아닌 변별고사가 되면서 생긴 문제다. 수능 국어영역을 수년간 출제해온 현직 교사 A씨는 "출제진 입장에선 '불수능'보다 '물수능' 논란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불수능이면 수험생과 학부모가 어렵다고 투덜대는 수준으로 끝나죠. 하지만 물수능 때는 난리도 아니에요. 수능이 기대하는 역할을 못한 거니까요. 의대 갈 최상위권 아이들을 변별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수학은 의대 갈 애들을 거르는 판이고, 국어는 의대 중에서도 서울권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이거든요. 그걸 가르는 건 고작 한 두 문제예요."
과학탐구영역을 오래 출제해온 교수 B씨도 "만점자가 많이 나온다는 건 평가(변별)를 못했다는 뜻이고 이는 출제 오류와 대등한 수준의 실패"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에서 흔히 비판하는 게 '대학 교수도 못 푸는 초고난도 문제를 왜 학생에게 내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나도 수능에 나온 전공 문제를 풀어보면 제법 오래 고민해야 풀 수 있는 게 종종 있어요. 잘 만든 문제일수록 그래요. 그런데 이 문제를 2분도 안 돼서 푸는 역량을 가진 수험생이 있어요. 출제위원으로선 이런 최상위권과 바로 아래 수준의 아이들을 구분해야 하니 초고난도 문항을 낼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중하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수능을 '상위권만의 리그'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방의 한 약대에 다니는 송모(26)씨는 "하위권 학생들을 과외하며 느낀 건데 수능 시험엔 중하위권이 풀 만한 문제가 거의 없더라"며 "애들도 반절을 풀기 힘드니까 아예 의지가 안 생긴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정부 "킬러문항 없애라" 지시에
정치가 철학 없이 교육에 개입하면 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능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2023년 6월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수능의 변별 기능은 그대로 둔 채 그 핵심 도구인 킬러문항만 없애면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 시험이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정부가 말한 킬러문항의 정의도 모호했다. '어려운 문제'가 '나쁜 문제'의 동의어도 아니었다.
2023년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능 킬러문제 공략 강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킬러문항이 없어진 자리는 더 많은 수의 '준킬러 문항'이 채웠다.
2017~2021년 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는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더라도 출제진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난도를 맞춰야 하니 애초 7개쯤 내던 고난도 문항을 12, 13개로 늘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다"며 "킬러문항이 없어져서 쉬운 수능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수험생은 체감 난도가 오히려 높아져 당황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킬러문항 폐지 지시 직후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만점자가 단 1명뿐인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킬러문항 삭제 방침 이후 오히려 비교육적 문제가 더 많이 출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꼭 필요한 것을 물어보는 '품위 있는 문항' 대신 지엽적인 내용에서 출제하는 문제가 많아졌다고 했다. 전직 출제위원 A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말장난 같은 문제나 꼬아 내는 문제가 부쩍 많아진 것을 체감해요. 학생들에게도 국어 문항에서 '주인공 이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지문 속 등장인물이) 말을 했는지, 귓속말을 했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하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정문성 전 출제위원장도 비슷한 고백을 했다. "킬러문항이라고 지적받겠다 싶으면 난도를 조금 낮추는 대신 문제를 꼬아서 푸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하는 식으로 내게 된다"는 것이다. 2011~2014년 평가원장을 지낸 성태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매력적인 오답은 학생들이 잘못 이해했거나 명확히 알지 못하는 걸 물어 학습 교정이 이뤄지게 하는 건데 언젠가부터 학생 실수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영어, 절대평가 흉내낸 상대평가
수능 영어영역도 '무늬만 절대평가'를 도입한 탓에 수험생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영어는 학습 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절대평가의 취지와 달리 지난해 수능에서 너무 어렵게 출제돼 십자포화를 맞았다. 1등급 비율이 3.11%로 절대평가 전환(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았고, 상대평가 1등급 비율(4%)을 밑돌았다. 매번 널뛰는 난이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치러진 평가원의 영어 6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은 19.1%, 9월 모의평가는 4.50%였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을 처음 주장했던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절대평가라면 학생들이 시험에서 성취의 절대 기준에 도달하면 그게 50%라도 다 1등급을 줘야 한다"며 "그러나 수능 영어는 1등급 비율을 상대평가제보다 조금 늘려잡은 '절대평가 흉내만 낸 상대평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평가원은 영어의 1등급 수험생의 적정 비율을 7~9%로 설정하고 있고, 출제진도 이에 맞춰 난도를 조절한다. 끝내 상대평가의 주된 기능인 변별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다. 이 교수는 "단 1점 차이지만 90점은 1등급, 89점은 2등급을 받는다"며 "이런 평가 제도는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이례적으로 낮다 보니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영어교육계의 입김이 암묵적으로 작용해 어렵게 출제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일부 영어 전공자들은 "영어 수업 때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영어교육 수요가 줄었다"며 상대평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BS 연계 문항이 왜 더 어려울까?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의 초고난도 문항으로 꼽히는 10~12번의 지문은 EBS 연계 문항이었다. 출처 EBS 홈페이지
'EBS 연계 출제'도 본래 목적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사교육 격차를 줄이겠다고 도입한 원칙인데 연계 문항이 되레 초고난도로 출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국어와 영어에서 특히 빈번한데 EBS 연계 지문은 학생들이 이미 수능을 보기 전 한 번 접했기에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출제진이 난도를 계속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 출제위원인 교사 C씨는 "수능이 끝났을 때 'EBS 교재를 충실히 공부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단순 연계하면 변별력이 없다. 아는 지문이라도 답이 자동으로 안 나오게 하려면 굉장히 꼬아서 출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수능의 국어 영역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힌 10~12번 문제도 EBS 연계 문항이었다. 'EBS 수능특강 독서' 교재에 수록된 '낮은 열팽창 계수를 가지는 합금' 지문을 활용한 문제였는데 12번의 정답률은 22.3%(EBS 기준)에 불과해 해당 영역에서 가장 높은 오답률을 보였다. 이는 EBS 채점 서비스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답률로, 실제 정답률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원 전 출제위원장도 지금의 출제 방식이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봤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3번의 수능 관련 시험(6·9월 모의평가, 11월 수능)에 EBS 연계율을 맞추려면 좋은 지문이나 데이터를 박박 긁어다 써야 돼요. 그런데 또 사교육업체에서 EBS를 엄청 파거든요. 인공지능(AI)이 생기고선 거기에다가 지문 넣고 문제 만들어달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AI가 10개, 100개 만들어줘요. 같은 지문을 놓고 문제를 내면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사교육의 촘촘한 그물망을 피하려면 EBS 연계 문항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죠."
2014년 평가원장을 지낸 김성훈 동국대 명예교수도 "수능 EBS 연계가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EBS 출제 예상 지문 선별 강의' 같은 EBS 분석 산업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애초 연계 목적에 부합하는 건 수학 영역 정도라는 평가다. 수능 출제위원 교수 D씨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도 EBS 교재로 공부하면 점수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하려고 연계 문항은 주로 중저난도로 출제된다"고 했다.
수험생들이 지난달 5일 울산 중구 다운고에서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사교육 업체의 해마다 높아지는 예상 문제 적중률도 출제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수능 출제진은 400~500개의 시중 문제집을 비롯해 사교육 업체의 일명 '파이널' 문제집(수능 출제·검토위원의 합숙 기간 중 출간되는 문제집)까지 모두 훑고 유사한 문제가 발견되면 마지막 순간에라도 뺀다. 출제진 사이에서는 이를 '기출 맞았다'고 표현하는데, 출제하기로 결재까지 끝난 문제라도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게 원칙이다. A 교사는 "만약 학원에서 낸 것과 같은 문제가 수능에 출제되면 학원들은 다음해부터 '적중!'이라며 마케팅을 하는데 평가원은 이를 무척 굴욕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지난 수능 '불영어' 원인도 사교육과 비슷한 문항이 다수 발견된 탓이라는 게 평가원의 입장이다. 오 전 평가원장은 지난해 12월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 당시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나 시중에 나온 기존 문항과 유사한 게 많이 발견돼 교체하는 과정에서 난도를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BS 문제집에서는 수능을 출제하면서도 정작 교과서에서는 수능을 내지 못하는 점도 아이러니다. 수능 출제진은 특정 교과서에만 실린 지문이 시험에 나왔을 때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 교과서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완벽한 시험'의 유효기간
그럼에도 수능이 수십 년간 대입을 결정짓는 시험으로써 권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객관식 형태로 출제되는 평가 중에는 수능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험"(A 교사)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내신 중심 전형과 관련한 입시 비리가 터질 때마다 수능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대학에 붙고 떨어진 이유가 명확한 정량 평가인데다 한날한시에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를 푼다는 점에서 수능은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는 상징적 지위까지 얻었다.
그러나 2030년을 향해 가는 지금, 객관식 오지선다인 수능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측정하는 데 걸맞은 평가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수능 출제는 점점 더 아슬아슬한 곡예에 가까워지고 있다. "교과서를 쓰지 않고 EBS 연계율을 맞추면서도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되, 킬러문항 없이 적정 난이도로 구성된 문항을 사교육과 겹치지 않게 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수능이 해야 하는 셈(김창원)"이라는 설명은 한계에 다달은 현실을 드러낸다.
지난해 수능이 끝난 후 생성형 AI들의 수능 점수가 연달아 언론에 공개됐다. '챗GPT의 수능 수학 점수가 2년 만에 9등급에서 1등급이 됐다(김시호 연세대 연구팀)'고 했다. 시험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수능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① <1회>설계자의 고백
•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909230005914)
• "암기 시험과 다르다"며 박수받던 수능… 오락가락 개편에 사교육만 키웠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617520002598)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객관식 시험'이라는 칭송과 '교실 수업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 시험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1993년, 학력고사로 대표되는 암기식 시험 체계에서 한국 교육을 구해 줄 '구원자'로 등장했지만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의 인재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맞지 않아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커졌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영어 불수능' 논란이 촉발한 수능 비판론과 이에 맞선 옹호론을 집중 취재했다. 또 수능 출제에 관여한 내부자가 전하는 깊은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른세 살이 된 이 시험이 야마토게임장 어떻게 거듭나야 할지 살펴봤다.
한 수험생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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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설계자'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1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가 애초 구상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자격을 묻는 시험이었다. 릴게임뜻 그가 기준점으로 제시한 '250점'은 지금으로 치면 4, 5등급(원점수 500점 만점에 약 313점) 수준이다. 수능을 지원 자격으로만 쓰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뽑도록 하려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설계자의 기대와 어긋났다. 1993년(1994학년도) 첫 시행 이후 수능의 영향력은 점점 막강해졌다. 수능 점수로 사회·경제적 체리마스터모바일 지위를 가를 수 있는 '대학 간판'이 결정되다 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는 단 1점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탓에 역대 13명이었던 평가원장 가운데 9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지난해 12월 사임한 오승걸 전 평가원장은 오류가 있는 문제를 출제해서가 아닌, 시험이 어려웠다는 이유로 물러난 첫 수장이었다.
수능을 둘러싼 논란은 시행 바다이야기룰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시험을 두고 "누더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과도한 학습 부담, 대학 서열화, 사교육비 급증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땜질식으로 적당히 막다 보니 정체불명의 시험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2026학년도 불수능 사태'를 계기로 우리 교육의 최대 난제인 이 시험을 해부했다. 이를 위해 수능 출제의 역대 핵심 내부자 12명(평가원장 5명, 출제위원장 2명, 출제·검토위원 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난도 논란을 넘어, 수능으로 대변되는 한국 교육의 진짜 문제를 들여다봤다. 이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인서울 의대 갈 애들' 변별 도구 된 수능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달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수험생의 성적을 서열화하려면 초고난도 문항이 필요해요. (사람들이 비판해도) 초고난도 문항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2024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이었던 정문성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변호했다. 보통 정답률이 20%대거나 이를 밑도는 문항을 가리키는데 수험생 사이에선 '괴물문항'이라고도 한다. 오지선다인 수능에서 정답률이 20%라는 건 사실상 모든 학생이 찍었을 때 나올 수 있는 확률이다.
하지만 수능 출제자들은 "킬러문항은 죄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입시 체제에서 수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 대학이 학생을 뽑기 수월하도록 수험생을 점수로 줄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도순 교수가 처음 설계한 자격시험이 아닌 변별고사가 되면서 생긴 문제다. 수능 국어영역을 수년간 출제해온 현직 교사 A씨는 "출제진 입장에선 '불수능'보다 '물수능' 논란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불수능이면 수험생과 학부모가 어렵다고 투덜대는 수준으로 끝나죠. 하지만 물수능 때는 난리도 아니에요. 수능이 기대하는 역할을 못한 거니까요. 의대 갈 최상위권 아이들을 변별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수학은 의대 갈 애들을 거르는 판이고, 국어는 의대 중에서도 서울권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이거든요. 그걸 가르는 건 고작 한 두 문제예요."
과학탐구영역을 오래 출제해온 교수 B씨도 "만점자가 많이 나온다는 건 평가(변별)를 못했다는 뜻이고 이는 출제 오류와 대등한 수준의 실패"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에서 흔히 비판하는 게 '대학 교수도 못 푸는 초고난도 문제를 왜 학생에게 내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나도 수능에 나온 전공 문제를 풀어보면 제법 오래 고민해야 풀 수 있는 게 종종 있어요. 잘 만든 문제일수록 그래요. 그런데 이 문제를 2분도 안 돼서 푸는 역량을 가진 수험생이 있어요. 출제위원으로선 이런 최상위권과 바로 아래 수준의 아이들을 구분해야 하니 초고난도 문항을 낼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중하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수능을 '상위권만의 리그'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방의 한 약대에 다니는 송모(26)씨는 "하위권 학생들을 과외하며 느낀 건데 수능 시험엔 중하위권이 풀 만한 문제가 거의 없더라"며 "애들도 반절을 풀기 힘드니까 아예 의지가 안 생긴다고 한다"고 전했다.
윤 정부 "킬러문항 없애라" 지시에
정치가 철학 없이 교육에 개입하면 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능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2023년 6월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라"는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수능의 변별 기능은 그대로 둔 채 그 핵심 도구인 킬러문항만 없애면 고난도 문항이 늘어나 시험이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정부가 말한 킬러문항의 정의도 모호했다. '어려운 문제'가 '나쁜 문제'의 동의어도 아니었다.
2023년 6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수능 킬러문제 공략 강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킬러문항이 없어진 자리는 더 많은 수의 '준킬러 문항'이 채웠다.
2017~2021년 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는 "초고난도 문항이 사라지더라도 출제진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난도를 맞춰야 하니 애초 7개쯤 내던 고난도 문항을 12, 13개로 늘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다"며 "킬러문항이 없어져서 쉬운 수능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수험생은 체감 난도가 오히려 높아져 당황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킬러문항 폐지 지시 직후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은 만점자가 단 1명뿐인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킬러문항 삭제 방침 이후 오히려 비교육적 문제가 더 많이 출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꼭 필요한 것을 물어보는 '품위 있는 문항' 대신 지엽적인 내용에서 출제하는 문제가 많아졌다고 했다. 전직 출제위원 A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말장난 같은 문제나 꼬아 내는 문제가 부쩍 많아진 것을 체감해요. 학생들에게도 국어 문항에서 '주인공 이름 똑바로 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지문 속 등장인물이) 말을 했는지, 귓속말을 했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하라'고 가르치고 있어요."
정문성 전 출제위원장도 비슷한 고백을 했다. "킬러문항이라고 지적받겠다 싶으면 난도를 조금 낮추는 대신 문제를 꼬아서 푸는 시간이 많이 걸리게 하는 식으로 내게 된다"는 것이다. 2011~2014년 평가원장을 지낸 성태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매력적인 오답은 학생들이 잘못 이해했거나 명확히 알지 못하는 걸 물어 학습 교정이 이뤄지게 하는 건데 언젠가부터 학생 실수를 유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영어, 절대평가 흉내낸 상대평가
수능 영어영역도 '무늬만 절대평가'를 도입한 탓에 수험생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영어는 학습 부담 완화,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절대평가의 취지와 달리 지난해 수능에서 너무 어렵게 출제돼 십자포화를 맞았다. 1등급 비율이 3.11%로 절대평가 전환(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았고, 상대평가 1등급 비율(4%)을 밑돌았다. 매번 널뛰는 난이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치러진 평가원의 영어 6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은 19.1%, 9월 모의평가는 4.50%였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을 처음 주장했던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절대평가라면 학생들이 시험에서 성취의 절대 기준에 도달하면 그게 50%라도 다 1등급을 줘야 한다"며 "그러나 수능 영어는 1등급 비율을 상대평가제보다 조금 늘려잡은 '절대평가 흉내만 낸 상대평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 평가원은 영어의 1등급 수험생의 적정 비율을 7~9%로 설정하고 있고, 출제진도 이에 맞춰 난도를 조절한다. 끝내 상대평가의 주된 기능인 변별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다. 이 교수는 "단 1점 차이지만 90점은 1등급, 89점은 2등급을 받는다"며 "이런 평가 제도는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난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이례적으로 낮다 보니 일각에선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영어교육계의 입김이 암묵적으로 작용해 어렵게 출제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일부 영어 전공자들은 "영어 수업 때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영어교육 수요가 줄었다"며 상대평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EBS 연계 문항이 왜 더 어려울까?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의 초고난도 문항으로 꼽히는 10~12번의 지문은 EBS 연계 문항이었다. 출처 EBS 홈페이지
'EBS 연계 출제'도 본래 목적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사교육 격차를 줄이겠다고 도입한 원칙인데 연계 문항이 되레 초고난도로 출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국어와 영어에서 특히 빈번한데 EBS 연계 지문은 학생들이 이미 수능을 보기 전 한 번 접했기에 출제와 검토 과정에서 출제진이 난도를 계속 높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 출제위원인 교사 C씨는 "수능이 끝났을 때 'EBS 교재를 충실히 공부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됐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된다"면서도 "그렇다고 단순 연계하면 변별력이 없다. 아는 지문이라도 답이 자동으로 안 나오게 하려면 굉장히 꼬아서 출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수능의 국어 영역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힌 10~12번 문제도 EBS 연계 문항이었다. 'EBS 수능특강 독서' 교재에 수록된 '낮은 열팽창 계수를 가지는 합금' 지문을 활용한 문제였는데 12번의 정답률은 22.3%(EBS 기준)에 불과해 해당 영역에서 가장 높은 오답률을 보였다. 이는 EBS 채점 서비스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정답률로, 실제 정답률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원 전 출제위원장도 지금의 출제 방식이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고 봤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3번의 수능 관련 시험(6·9월 모의평가, 11월 수능)에 EBS 연계율을 맞추려면 좋은 지문이나 데이터를 박박 긁어다 써야 돼요. 그런데 또 사교육업체에서 EBS를 엄청 파거든요. 인공지능(AI)이 생기고선 거기에다가 지문 넣고 문제 만들어달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AI가 10개, 100개 만들어줘요. 같은 지문을 놓고 문제를 내면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사교육의 촘촘한 그물망을 피하려면 EBS 연계 문항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죠."
2014년 평가원장을 지낸 김성훈 동국대 명예교수도 "수능 EBS 연계가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에서 'EBS 출제 예상 지문 선별 강의' 같은 EBS 분석 산업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애초 연계 목적에 부합하는 건 수학 영역 정도라는 평가다. 수능 출제위원 교수 D씨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도 EBS 교재로 공부하면 점수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하려고 연계 문항은 주로 중저난도로 출제된다"고 했다.
수험생들이 지난달 5일 울산 중구 다운고에서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사교육 업체의 해마다 높아지는 예상 문제 적중률도 출제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수능 출제진은 400~500개의 시중 문제집을 비롯해 사교육 업체의 일명 '파이널' 문제집(수능 출제·검토위원의 합숙 기간 중 출간되는 문제집)까지 모두 훑고 유사한 문제가 발견되면 마지막 순간에라도 뺀다. 출제진 사이에서는 이를 '기출 맞았다'고 표현하는데, 출제하기로 결재까지 끝난 문제라도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게 원칙이다. A 교사는 "만약 학원에서 낸 것과 같은 문제가 수능에 출제되면 학원들은 다음해부터 '적중!'이라며 마케팅을 하는데 평가원은 이를 무척 굴욕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지난 수능 '불영어' 원인도 사교육과 비슷한 문항이 다수 발견된 탓이라는 게 평가원의 입장이다. 오 전 평가원장은 지난해 12월 수능 채점 결과 브리핑 당시 "사설 모의고사 문제지나 시중에 나온 기존 문항과 유사한 게 많이 발견돼 교체하는 과정에서 난도를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BS 문제집에서는 수능을 출제하면서도 정작 교과서에서는 수능을 내지 못하는 점도 아이러니다. 수능 출제진은 특정 교과서에만 실린 지문이 시험에 나왔을 때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서 교과서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완벽한 시험'의 유효기간
그럼에도 수능이 수십 년간 대입을 결정짓는 시험으로써 권위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객관식 형태로 출제되는 평가 중에는 수능이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시험"(A 교사)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내신 중심 전형과 관련한 입시 비리가 터질 때마다 수능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대학에 붙고 떨어진 이유가 명확한 정량 평가인데다 한날한시에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를 푼다는 점에서 수능은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는 상징적 지위까지 얻었다.
그러나 2030년을 향해 가는 지금, 객관식 오지선다인 수능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측정하는 데 걸맞은 평가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수능 출제는 점점 더 아슬아슬한 곡예에 가까워지고 있다. "교과서를 쓰지 않고 EBS 연계율을 맞추면서도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되, 킬러문항 없이 적정 난이도로 구성된 문항을 사교육과 겹치지 않게 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수능이 해야 하는 셈(김창원)"이라는 설명은 한계에 다달은 현실을 드러낸다.
지난해 수능이 끝난 후 생성형 AI들의 수능 점수가 연달아 언론에 공개됐다. '챗GPT의 수능 수학 점수가 2년 만에 9등급에서 1등급이 됐다(김시호 연세대 연구팀)'고 했다. 시험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분이었다. 수능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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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회>설계자의 고백
•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909230005914)
• "암기 시험과 다르다"며 박수받던 수능… 오락가락 개편에 사교육만 키웠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6011617520002598)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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