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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 끝없는 선택의 순간, 후회 없이 마주할 기회를 향해
봄이 소리 소문도 없이 문 앞에 찾아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2월 말인 지난주쯤일 것입니다. 입춘이 한참 지나고도 기약조차 없었거늘 어느 날 집을 나서는데 정말이지 느닷없이 어디선가 포근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곳에 와 있었던 것일까. 그사이 구정이 지났습니다. 설 연휴는 평안하게 보내셨는지요. 새해 인사는 1월 1일에 떠들썩하게 나눈 것으로 충분한데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덕담을 전하기는 어딘지 난데없는 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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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75m 봉화산. 일출과 운해를 감상하기에 좋아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이 찾는 강원의 명산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 이 기회에…’ 중얼거리며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새삼스러운 안부를 전합니다. 1월 1일에 깜빡하고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두 번째 맞이하는 설은 마치 ‘두 번째 기회’ 같습니다. 인생에 어떠한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오기란 그다지 흔하지는 않더군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단 한 번의 기회를 생각하면 서글퍼지지만 앞으로 무수하 오리지널골드몽 게 찾아올 또 다른 첫 번째 기회를 이제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새롭게 다잡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기회는 정말 많았습니다.
경칩을 닷새 앞두고, 아직 남아 있는 겨울을 만나러 양구에 갑니다. 양구에 다시 오기까지 왜 이토록 긴 시간이 걸렸을까 헤아려봅니다. 멀고 외지다는 이유도 있지만 조금 더 근원적인 이유는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한 시절에 대한 기억에 있었습니다. 20대 중반, 첫 직장인 출판사에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당시의 열망과 까닭 모를 상실감 혹은 패배감 같은 감정이 전이되면서 마음 한구석이 저렸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기에 이르면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고 달렸던 꿈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때, 주말마다 산을 오르는 것만이 희망의 유일한 몸부 바다이야기다운로드 림이었습니다.
양구 봉화산은 그 시절 어느 해의 1월 1일에 일출을 보러 오른 산이었습니다. 서울 종합운동장역 부근에서 산악회 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향하며 하얗게 지새운 밤, 칠흑 같은 어둠을 차곡차곡 밟아 도착한 정상에서 해가 뜨기만을 두 손 모아 기다리던 새벽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대관절 얼마 만의 발길인가. 조금 더 안간힘을 써서 기억을 복원해보니 그해가 2009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오르는 봉화산은 그로부터 17년 만에 오르는 것입니다.
▲ 흡사 해외의 지질 공원을 연상케 하는 암석 구간을 지난다. 오르면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다. ▲ 봉화산 정상은 봉수대와 함께 양구백자 모형의 화강암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 한반도섬. 파로호 상류에 한반도 모양으로 조성된 인공섬이다.
오전 11시, 양구 구암리의 봉화산등산로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약 2.2㎞, 반나절 등산 코스로 그만입니다. 수림펜션을 지나 한동안 넓은 길이 이어집니다. 아이가 있는 세 식구 가족이라면 나란히 손을 맞잡고 걸어도 좋을 만큼 여유로운 길입니다. 도중에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긴 의자 두 개도 놓여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에도 17년 전 일들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정상에서 해가 아주 크고 또렷하게 잘 보였다는 것이 기억날 뿐입니다.
넓었던 길이 한길로 좁아지니 이제야 산에 오르는 것 같습니다. 잎눈이나 새싹 같은 봄 풍경은 요원하지만 지난 계절, 이 산을 지배하고 있었던 겨울이 조금씩 물러나고 있음은 나뭇가지에 걸린 파란 하늘을 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봄은 언제나 차별 없이 모든 곳에 찾아옵니다. 그저 시간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서서히 산에 스며드는 중 하산하는 등산객들과 마주칩니다. 이 시기에 남도의 산이 아닌 강원도 북방의 산에서 만나는 인연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낯가림 없이 인사를 건넵니다.
한데 그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이 조금씩 다릅니다. 해가 들지 않는 북면의 산길 구간이 일부 얼어 있는데 누군가는 위험하니 아이젠이 없다면 돌아가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위험해도 갈 만하니 한번 가보라고 말합니다.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똑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호기심에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하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왔던 길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쪽을 택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선택이고 어느 쪽으로든 책임이 따르겠지만 그나마 덜 후회할 것 같은 선택이 대체로 좋았다는 것만큼은 이제 경험으로 압니다.
봉화산 정상 표지석
인생은 이토록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넘어지지 않도록 유심히 길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오르고 또 오르니 어느덧 능선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입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600m. 이후의 길은 양지바른 길이라 얼었던 눈이 녹아 있어 질퍽합니다. 미끄럽기는 조금 전 지나온 북면의 산길과 마찬가지입니다. 오락가락하는 산길을 걸어 흡사 해외의 지질 공원을 연상케 하는 암석 지대를 지나 해발 875m의 봉화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거칠 것 없는 평야, 저 너머 강원도 북녘의 산들이 대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국토 정중앙이 품고 있는 오래된 풍경입니다.
항아리 모양의 정상석 옆에서 사진도 찍고 산 아래 풍경도 굽어보며 17년 만에 재회한 산과 회포를 풉니다. 그해 1월 1일 새벽에 추위로 몸을 떨며 기다리던 일출 앞에서 나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그때 나는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고 또 간절했을까. 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김없이 산을 오르고 있고, 선택의 순간에는 여전히 호기심에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변수가 상수인 삶. 문득 그 시절 내가 바라던 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바로 이 삶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 기회는 없다는 듯 오늘도 뜨겁게 살아갑니다. 작가·에디터
#봉화산 #장보영 #누군가 #강원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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