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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유행했던 불렛 브라의 부활인가? 미우미우 2025 F/W 컬렉션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니트 톱을 뚫고 나올 듯 뾰족하게 솟은 가슴 실루엣. 이름 그대로 ‘총알(bullet)’ 모양의 원뿔형 디자인을 갖춘 불렛 브라는 거의 모든 룩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옛것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 능하다는 건 이미 증명주식시작하는방법
된 사실이지만, ‘유행 제조기’로 불리는 미우미우가 이토록 불렛 브라를 내세운 걸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저 브래지어를 하고 다닐 수 있을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프라다 여사가 쇼를 마친 뒤 이렇게 밝혔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끌어올릴 ‘페미니니티’가 필요했어요.” 페미니니티를 컬렉션 테마로 한 이유에 대한 답이선물지수
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성’은 하나의 틀로 규정되지 않는다. 섬세함과 수줍음, 부드러움과 같은 과거의 고정된 이미지뿐 아니라 강인함과 야망, 유머, 섹슈얼리티까지 모두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여성성을 말한다. 그래서 복수형(femininities)으로 쓰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번 시즌 우리 여성의 다양한 얼굴을 끄집어냈다. 그 단타잘하는법
중심에 선 것이 바로 불렛 브라다. 194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해 1950년대 전반에 걸쳐 유행한 이 불렛 브라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쟁에서 사용된 탄두나 금속 탄환을 닮았다. 일부에서는 어뢰를 뜻하는 토피도(torpedo) 브라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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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퀘라의 가죽 톱을 착용한 줄리아 폭스. 2024 멧 갈라에 참석한 팔로마 엘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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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암울할수록 패션의 화려함은 극에 달하는 법.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오랜 억압 끝에 터져 나온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폭발했다. 동시에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단순하고 실용적인 옷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상이 요구됐다. 이는 곧 패션에도 반영됐고, 그렇게 디올의 뉴룩이 등장했다. 잘록한 허리와 볼륨을 더한 스커트, 그리고 몸에 꼭 맞는 상의 안에 받쳐 입던 불렛 브라는 1950년대 특유의 모래시계 실루엣을 완성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대중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데는 마릴린 먼로, 제인 맨스필드, 라나 터너 같은 섹스 심벌의 공이 크다. 여성들은 영화 속에서 본 풍만한 실루엣을 원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브라는 단순한 속옷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란제리 브랜드 프레드릭스 오브 할리우드는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철학 아래 대담한 색상과 새틴·레이스 소재의 불렛 브라를 선보이며 섹슈얼리티를 강조했고(그는 역사상 첫 푸시업 브라도 출시했다), 또 다른 란제리 브랜드인 메이든폼의 “I Dreamed…” 광고 캠페인도 불렛 브라의 대중화에 한몫했다. 광고 속 모델들은 브래지어를 입은 채 꿈속의 자신, 즉 억눌린 여성의 꿈을 표현했다. 화가, 디자이너, 심지어 소방관이나 투우사, 항해사, 정치인 등 당시 여성들이 시도조차 할 수 없던 직업까지. 메이든폼은 여성들에게 독립적이고 모험적인 삶으로 나아가라고 권했다.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전설적인 광고로 남았지만 동시에 모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뉴욕 패션 공과대학(FIT) 박물관의 관장인 발레리 스틸은 저서 〈The Corset: A Cultural History〉(2001)와 여러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코르셋이나 브래지어는 언제나 심미성을 위한 도구였어요. 그 시절 많은 여성은 남성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길 원했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여야 한다고 믿었죠. 불렛 브라는 가슴의 크기와 볼륨감을 강조해줬고요.” 메이든폼의 광고 캠페인에선 속옷만 입은 여성 모델이 ‘남성적인 일’을 꿈꾼다. 광고 장면들은 모두 상상 속 이야기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웠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마치 진짜 능력보다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은 곧 ‘섹스어필’이라고 말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보디라인을 강조한 드레스를 착용한 카디 비.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커스텀 드레스를 입은 카일리 제너.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서며 많은 여성은 불렛 브라를 포함해 사회가 강요해온 ‘이상적인 여성성’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탈코르셋 운동이 일며 브래지어는 억압적이고 불편한 것으로 간주됐고, 편안한 속옷을 선호하기 시작하며 1977년 최초의 스포츠 브라가 탄생했다. 그렇게 불렛 브라는 점점 자취를 감췄고 브라를 아예 착용하지 않는 이들도 많아졌다. 1990년대에는 ‘성 긍정주의(sex-positivity)’ 운동이 등장하며 올드 페미니즘의 성에 대한 시선은 새롭게 해석되기 시작했다. 마돈나가 블론드 앰비션 월드 투어에서 보여준 장 폴 고티에의 콘 브라가 바로 그 상징이었다. 과감하고 도발적인 이 실루엣은 섹스어필을 넘어, 여성이 자신의 몸과 욕망을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콘 브라는 불렛 브라보다 더욱 과장되고 직선적인 모양이다). 초기 페미니스트 일부는 성적 대상화와 성적 표현 모두를 남성 중심 억압의 연장선으로 봤지만, 성 긍정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섹슈얼한 존재가 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패션 평론가 수지 멘키스는 2011년 발간한 〈The Fashion World of Jean Paul Gaultier〉 서문에 이렇게 썼다. “1960년대에 씨앗을 틔운 여성들의 성적 자유는 1990년 마돈나의 월드 투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처럼 뾰족한 브라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여성의 몸과 권리를 둘러싼 담론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해왔다.
최근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2025 S/S 시즌, 돌체앤가바나가 마돈나를 오마주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콘 브라를 재킷과 드레스 등에 매치했고, 쇼 시작 전 마돈나가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컬렉션 전체가 마돈나에게 바치는 헌정 무대였던 것이다. 지난해 열린 멧 갈라에선 카일리 제너와 카디 비, 찰리 XCX, 팔로마 엘세서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각기 다른 매력의 콘 브라 드레스를 입는가 하면, 애디슨 레이는 ‘Power of Young Hollywood’ 행사에서 장 폴 고티에×로타 볼코바 컬렉션의 콘 브라 탱크톱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런 빌드업이 쌓인 덕일까? 이제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선 원뿔형 종이컵으로 불렛 브라를 체험하며 ‘추구미 VS 도달 가능미’를 보여주는 영상이 떠오르는 중이다. 과장된 실루엣을 유쾌하게 비트는 이 밈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은 이 뾰족한 브라를 트렌드로 받아들일 수 있나요?” 물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하는 지금, 누군가는 과감하게 입고 또 누군가는 입지 않는다. 그 선택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 하지만 확실한 건 불렛 브라는 이름처럼 무기가 됐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몸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의 상징으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