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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탄소예산은 바닥을 드러냈다. 생태위기가 재난을 넘어 붕괴로 이어진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기후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라'는 요구가 정치권에 빗발치지만 환경 문제는 자꾸 경제논리 뒤로 밀린다.
절박한 2026년을 맞아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 과정에서 시민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일까? <뉴스펭귄>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주요 환경단체 10곳에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인터뷰는 크게 네 갈래다. 지금까지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지난 2025년의 키워드가 뭐였는 릴게임추천 지, 기후위기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절실한 의무는 뭔지, 마지막으로 2026년의 숙제는 무엇인지다. [편집자 주]
사실 알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텀블러 사용과 분리수거는 이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실천이 아니다. 이 이야기에 지금 좌절하고 있다면, 녹색전환연구소가 말하는 열쇠를 잘 릴게임종류 들여다보자.
충분 괴산군에 있는 지역 에너지전환 현장을 방문한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녹색전환연구소는 2013년, '녹색전환'이라는 말이 시민사회에서도 낯 야마토게임예시 설던 시기에 출발했다. 성장 중심의 경제 논리 바깥에서 에너지와 산업, 도시와 일상까지 함께 바꾸는 다른 전환 경로를 상상해 보자는 문제의식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공식 정책 기조로 선언했다.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개념이 정부의 언어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다만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사회가 알아서 바뀌지는 않는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봐온 기후정책은 번번이 '경제가 먼저'라는 논리 앞에서 멈춰 서왔고, 그 사이 시민들에게 남은 것은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하나"라는 부담과 무력감이었다.
열쇠는 개인의 착한 실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는 도시, 에너지를 바다이야기다운로드 많이 쓰도록 설계된 건물, 화석연료에 기대는 산업 구조, 그리고 이 변화가 곧바로 생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현실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의 성패는 결국 누가 쥐고 있을까.
지난 6일 녹색전환연구소 사무실에서 김병권 소장에게 우리나라 기후위기를 물었다. 기자가 방문한 때부터 인터뷰가 진행되는 두어 시간이 지나도록 연구소 한편 회의실에서는 연구원들의 열정이 새어 나왔다.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연구소 회의실에서 비전과 미션을 만들고 있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걸어온 길] "녹색전환, 12년 만에 정부가 말했다"
Q. 녹색전환연구소는 누구와, 어떤 문제의식이 모여 처음 시작하게 됐나요?
A. 2013년에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시민사회에서도 '녹색전환'이라는 용어가 낯설었고, 지금도 완전히 익숙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때는 더 그랬습니다. 사회 전반에 경제성장주의가 널리 퍼져 있었고, 그런 흐름과는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보자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마침 녹색당이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단순히 녹색 경제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전환을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이 모이면서 연구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Q. 처음 던진 메시지에 대해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어땠습니까? 지금은 또 어떻게 다른가요?
A. 많은 시민에게는 '녹색전환'이 쉽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해외사례도 국내에 널리 소개된 상태는 아니었고, 기존 환경운동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다만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되면서 김성환 장관이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정부 내각의 책임자가 한국형 녹색전환을 하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후부가 K-GX를 선언하고 탈탄소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로라도 표현했다는 점에, 다른 싱크탱크나 시민사회보다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제 '녹색전환'이라는 용어가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 지향이 된 셈입니다.
Q. 연구소가 지켜본 '탄소중립'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다고 보십니까?
A. 가장 큰 분수령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였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일부에서는 2015년 파리협약을 분기점으로 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2019~2020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그린뉴딜 논의가 더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린뉴딜을 계기로 기존 환경 문제를 넘어 기후 어젠다와 탄소중립이 구체적인 정책 의제로 접목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2019~2020년 그레타 툰베리의 등장을 계기로, 한국 기존 환경운동이나 미세먼지 이슈가 처음 '기후 이슈'로 확산하기 시작했죠. 2026년 1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 시기가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 역시 이때부터 그린뉴딜과 기후대응을 중심으로 연구 방향을 구체화했고,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였습니다.
Q. 녹색전환연구소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을 꼽는다면요?
A. 역시 2019~2020년 시기입니다. 2020년에는 그린뉴딜 캠페인을 시작했고,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포함한 전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해 가을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이후 탄소중립기본법 제정도 같은 궤도에 있습니다. 연구소는 그 중요한 궤도가 만들어지는 시점에 함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장면도 있습니다. 2019년 말, 온라인에서 그린뉴딜을 추진하자고 제안하고 오프라인에서 논의하자고 했는데, 서울 강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1박2일 모임에 자발적으로 약 100명이 모였습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진 이슈도 아니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죠.
Q. 이후 '기후시민' 개념을 제시하게 된 배경도 그 연장선인가요?
A. 그렇습니다. 연구소와 '로컬에너지랩' 그리고 '더가능연구소'가 함께하는 '기후정치바람'이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총선을 앞두고 기후 관련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 기후시민이 30%를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을 때 반응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정말 그렇게 많냐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이후 연구소의 작업을 계기로 일반 시민 이야기와 함께 '기후시민'이라는 개념이 미디어와 정치권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근거를 묻는 논쟁도 있었지만, 기후 문제를 시민 관점에서 어떻게 제기할 것인가라는 논쟁거리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연구소가 초점을 두고 있는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A. 지역, 현장, 시민 기반이라는 점입니다. 기후·환경 전문 연구소의 연구는 공학적·기술적 내용이 많고, 기후예측이나 온난화 영향, 재생에너지 효과 분석 같은 주제가 중심이 되다 보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술과 시장 메커니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시민들이 이해하고, 기후대응을 자신의 문제로 체화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는 시민들이 실제로 만나는 지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8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기후시민 네트워킹 데이'에 참석한 전국 기후에너지 활동가 130여명이 단체 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지난 1년을 묻습니다] "갈팡질팡 대선, 기후시민과 연구소는 한마음 한뜻"
Q.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기후정책 공론화가 중요한 시기였겠습니다
A. 작년 이맘때만 해도 '2025년에 대선이 정말 열리긴 하는 건가' 고민이 있을 정도로 일정이 불확실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열릴지 말지와 별개로, 대선 국면에서 공론화해야 할 정책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1월부터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빠르게 연구하고, 차곡차곡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시간과 확실성이었습니다. 연구해서 제대로 발표할 수 있을지, 공론장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언제까지 연구하고 발표해야 하는지가 계속 불확실했습니다. 선거 일자도 4월로 확정됐고요. 결국 다른 계획을 유보하고, 연구소 전체가 1월부터 3개월 동안 몰두했습니다. 대선 일정이 계속 흔들리면서 기준도 계속 갈팡질팡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연구원들이 마음을 잘 모아 연구를 이어갔고, 4월 대선에 필요한 '30대 공약'을 공론화하는 데까지 갔습니다.
2025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시민의 삶을 지킬 30대 기후정책 보고서 표지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녹색전환연구소는 2025년 4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플랜1.5와 함께 <2025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시민의 삶'을 지킬 30대 기후정책>을 발표했다. 3개월 간 총 6개 부문(민주주의·경제·에너지·생활·돌봄·지역)에 30가지 기후정책을 구성해 대선 후보자들에게 제안하는 내용이다.
Q. 2025년 '기후시민'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구소만의 시도는요?
A. 시민들이 기후 실천을 하고 싶어도 '텀블러' 같은 상징적인 실천 말고는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현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 실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1.5도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국은 시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탄소배출 '단위' 데이터가 충분히 정리돼 있지 않습니다. 일상 행위 하나하나가 단위당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 수 있어야 계산할 수 있는데, 해외 자료를 그대로 쓰기엔 한국의 양상이 다르고요. 정부나 기관이 업데이트된 자료를 제공해 주면 좋은데, 국가 단위 배출은 인벤토리와 검증 체계가 있고 지방정부도 일부는 하지만, 시민 일상으로 내려오면 자료가 부족합니다.
가장 좋은 건 개인 실천이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다는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5도 라이프스타일 계산기 표지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그래서 탄소배출계산기(1.5도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를 직접 만들었어요. 꽤 긴 기간 공을 들여 만들었고, 의외로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해보겠다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대구는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실천했고, 수원·천안에서도 진행됐습니다. 파주는 작년 연말부터 올해 10월까지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고요. 지역환경단체들이 커뮤니티를 모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일부 시민들에게는 엑셀파일을 드리기도 합니다. 가계부 쓰듯이 기록하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요. '탄소일기'를 쓰면 더 정확하거든요.)
Q. 지난해 AI와 데이터센터 확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제기해 주셨습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으셨다고요
A. 기후 싱크탱크 가운데 연구소가 비교적 먼저 AI와 기후 문제를 파고들면서 의제화하려고 했고, 대선 30대 공약에도 포함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AI 기업들이 기후 문제를 ESG 차원에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보고서도 발간했고, 기업들 주목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차원에서 AI나 데이터센터의 기후 영향을 본격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기후부도 AI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대응이 충분하지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올해는 이 부분이 해소됐으면 하고, 연구소도 AI 데이터센터의 기후 영향을 더 깊게 파고들 계획입니다.
Q. 앞으로 이 문제에 또 어떤 과제가 남아 있나요?
A.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주목받는 분야라 해외에는 다양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각각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효율은 어떤지 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과제입니다. 지난해에는 주로 연구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연구뿐 아니라 캠페인 방식으로도 지평을 넓혀볼 계획입니다.
Q. 내부에서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의제도 있나요?
A.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시민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하면서, 작년 초부터 '대선토론에 기후 이슈를 공론화하자'는 시도를 했습니다. 반신반의로 추진했는데, 실제로 성사돼서 보람도 컸습니다. 다만 후보 당사자들이 토론을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하면서 연구소 내부에서도 맥이 빠진 지점이 있었죠.
또 하나는 2024년 후반기부터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연구, '풍력발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오랜 기간 분석했습니다.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작년 가을 국회 토론회를 하면서 일부 알려진 것에 비해 생각만큼 크게 공론화되지는 않았습니다.
2025년 5월 7일, 제2차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집담회 모습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기후위기, 길을 묻다] "여전히 경제성장 집착, 복지와 기후 같이 봐야"
Q. 기후위기,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는 시선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 언어가 앞으로 어떻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매년 반복되다 보니 '위기'라는 말 자체가 예전만큼 위기적으로 들리지 않는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불평등 같은 단어도 오래 쓰이다 보니, 심각성에 대한 체감이 느슨해진 감각이 있죠. '기후위기'라는 표현도 2020년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지금은 시민들과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언어가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체감하든 안 하든 기후위기를 빼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식상한 용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지만,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의례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는 단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불평등, 인구 감소, 기후위기 같은 문제들이 겹치면서 '복합위기'라는 표현까지 나오는데, 그 안에서도 기후위기는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 봅니다.
Q.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한국 사회에서 기후위기가 한층 더 현실이 됐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나요?
A.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의 형태로 우리에게 왔다는 점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2025년에는 계절별로 기후재난이 나타났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캘리포니아나 호주 산불 같은 해외 사례로만 인식됐다면, 이제는 영남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여름 폭염도 기후재난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등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기후보험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작년에 특별히 더 나빠졌다기보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일 사안 가운데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용인 국가반도체산단'입니다. 새 정부가 이 사업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었는데, 아직까지 그런 방향의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수도권에 가스발전이지만 사실상 화력발전소 6기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인데, 기존 화력발전소도 빠르게 퇴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발전소를 짓는 것은 탄소중립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Q. 기업, 정치권으로부터 기후 의제와 관련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기업이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문제만 놓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공감합니다. 요즘은 기업인들을 만나도 기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기후 문제가 경제 이슈와 동시에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후보다 경제가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기업이 먼저 살아야 한다'는 논리가 나옵니다. 기후 문제만 놓고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경제 문제와 엮이는 순간 뒷순위로 밀려나면서 실천이 멈춥니다. 이 구조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Q. 국민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A. 강의나 토론을 하다 보면,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시민들이 굉장히 좌절합니다. 기후 이야기를 하면 무력해지고 우울해진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기후 관련 강연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죠.
텀블러를 쓰는 수준의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시민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1.5도 계산기'(탄소배출계산기)를 드리면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개인 차원에서는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많이 배출되는지를 먼저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편한 실천이 아니라, 배출이 큰 영역을 바꾸는 실천을 고민해 보자는 거죠. 그리고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서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다면, 지방정부에 교통정책을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은 진심으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Q. 수많은 기후위기 이슈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A. 복지입니다. '기후냐 경제냐'는 선택 구도가 나오는데, 경제를 선택하는 분들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죽고 사는 문제이고,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웰빙과 복지입니다.
질문을 바꿔보면, 경제성장을 하지 않아도 기후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다면 굳이 성장에 집착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게 됩니다. 기후가 복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복지를 보호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지방정부를 겨냥해 '복지가 함께 가는 기후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민들과 정치권에서 비교적 반응이 좋은 정책을 보면, '기후정책'이나 '복지정책'이라는 이름만 붙은 정책보다, 기후와 복지가 함께 가는 정책이 호응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환급 문턱이 높다는 한계는 있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이죠.
Q. 기후·생태위기, 우리나라는 어디쯤 있습니까?
A. 기후대응은 글로벌 문제이고, 앞으로 전 세계 흐름을 결정하는 지역은 아시아입니다. 유럽이 아무리 노력해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10%도 되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은 30%가 넘고, 한국도 한 나라로 보면 작은 배출국이 아닙니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도 모두 중요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앞으로 아시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전 세계 감축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줄이느냐가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18년을 정점으로 배출이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감소 폭은 1~2% 수준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권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임에도 산업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한 점은 그나마 기대할 부분이고, 김성환 장관의 재생에너지 100GW 선언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여전히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아래 산업 부문의 감축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산업 전환이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입니다.
지난 6일 녹색전환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권 소장.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2026년을 맞이하며] "기후정책 열쇠는 지방정부가 쥐고 있다"
Q. 2026년 연구소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A. 지방정부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각각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지난해 기후부가 만들어지고 김성환 장관이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선언한 점을 매우 의미 있게 봅니다. 연구소가 생각하는 녹색전환은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첫째 에너지 전환, 둘째 산업 전환, 셋째 도시 전환(특히 건물과 교통), 넷째 시민 수준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입니다. 이 전환들이 체계를 갖춰 함께 진행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에너지 전환은 어느 정도 패턴이 잡힌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 전환은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에서 산업 전환이 핵심인데, 기후부 혼자서 풀기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결국 산업 전환을 하려면 '녹색산업정책'을 전격 도입해야 하고, 기후부가 '탄소중립산업법'을 제대로 만들길 기대합니다. 연구소는 미국 IRA가 나왔을 때부터, 미국 혜택을 국내 기업이 얼마나 보느냐보다 '한국형 IRA'가 필요하다고 봐왔는데, 아직은 이것도 방향이 안개 속입니다. 이 과정에서 AI 데이터센터의 기후 영향도 산업정책 영역 안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후금융도 녹색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연결돼야 합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복지가 있는 기후정책'을 얼마나 공론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입니다. 가능하다면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7월부터 출범하는 민선 9기에, 전국 광역 18개·기초 226개 가운데 몇 곳이라도 '도넛도시' 같은 비전을 공식적으로 내걸고 운영할 의지가 있는 지방정부들과 거버넌스를 맺어 실제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도넛도시는 영국 생태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도넛 경제학'을 기반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말한다. 지구 생태적 한계를 지키면서도 시민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복지를 충족하자는 취지다.
Q. 기후정책을 이야기할 때 '지방정부'가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정부가 바뀌면 기후정책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기조와 무관하게 기후대응을 이어가려면 지방정부가 탄탄해야 합니다. 미국만 봐도 연방정부가 흔들려도 주정부 차원에서 기후정책이 이어지며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한국도 2010년에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충남 등에서 탈탄소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지방정부의 기후대응·탄소중립 정책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기후대응은 어렵고 시민 체감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후대응을 실제로 추진하려면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앙정부가 제도를 만들더라도, 현장에서 구현하는 주체는 지방정부입니다.
또 하나는 '사례'의 문제입니다. 유럽을 떠올리면 파리는 '15분 도시',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도시' 같은 상징적 모델이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시민들이 참고할 만한 도시 사례가 많지 않아 배우고 토론하는 과정이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국내에서 눈에 보이는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Q. 2026년 '단 하나의 장면'만 기록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남았으면 하나요?
A.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에 취임하는 지방정부들의 임기는 2030년까지 이어집니다. 기후 대응에서 정말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그래서 기후정책을 모든 정책의 1순위로 두겠다는 당선자를 최소한 몇 명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공약에서도 '2030년까지 감축 40% 목표를 임기 안에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후보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Q. "환경단체는 왜 항상 급진적이고 화가 나 있느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에 대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듣는 사람이 듣지 않으려고 해서 생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느낌은 있는데 설득할 자신이 없을 때' 화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제대로 설명하고 설득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쌓이면, 그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거죠. 그래서 운동은 '사람들이 무엇을 납득하지 못하는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복지가 있는 기후정책'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사실 기후·환경운동은 복지에 생각보다 관심이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3년에 전기·가스요금이 급등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인상을 감당할 수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에너지복지 같은 정책이 함께 가야 하는데, 복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요금 올리자'는 메시지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운동과 정책도 복지에 정통해야 하고, 복지 영역도 기후를 알아야 합니다.
제가 정치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연말에 서민 가구 가서 연탄 나르고 사진 찍지 말라'는 겁니다. 기후시대에 연탄을 쓰는 집을 방치하는 건 기후영향을 무의식적으로 방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복지단체와 환경단체가 따로 노는 구조도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복지는 환경·기후에 해롭지 않게 작동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기후·환경운동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복지를 훼손하지 않는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직접 만나 물어보면, 기후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기후정책과 기후운동이 더 공감받고 수용되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격다짐이나 큰소리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절박한 2026년을 맞아 우리 정부와 기업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 과정에서 시민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일까? <뉴스펭귄>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주요 환경단체 10곳에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인터뷰는 크게 네 갈래다. 지금까지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지난 2025년의 키워드가 뭐였는 릴게임추천 지, 기후위기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절실한 의무는 뭔지, 마지막으로 2026년의 숙제는 무엇인지다. [편집자 주]
사실 알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텀블러 사용과 분리수거는 이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실천이 아니다. 이 이야기에 지금 좌절하고 있다면, 녹색전환연구소가 말하는 열쇠를 잘 릴게임종류 들여다보자.
충분 괴산군에 있는 지역 에너지전환 현장을 방문한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녹색전환연구소는 2013년, '녹색전환'이라는 말이 시민사회에서도 낯 야마토게임예시 설던 시기에 출발했다. 성장 중심의 경제 논리 바깥에서 에너지와 산업, 도시와 일상까지 함께 바꾸는 다른 전환 경로를 상상해 보자는 문제의식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공식 정책 기조로 선언했다.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개념이 정부의 언어가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다만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사회가 알아서 바뀌지는 않는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봐온 기후정책은 번번이 '경제가 먼저'라는 논리 앞에서 멈춰 서왔고, 그 사이 시민들에게 남은 것은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하나"라는 부담과 무력감이었다.
열쇠는 개인의 착한 실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는 도시, 에너지를 바다이야기다운로드 많이 쓰도록 설계된 건물, 화석연료에 기대는 산업 구조, 그리고 이 변화가 곧바로 생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현실까지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환의 성패는 결국 누가 쥐고 있을까.
지난 6일 녹색전환연구소 사무실에서 김병권 소장에게 우리나라 기후위기를 물었다. 기자가 방문한 때부터 인터뷰가 진행되는 두어 시간이 지나도록 연구소 한편 회의실에서는 연구원들의 열정이 새어 나왔다.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연구소 회의실에서 비전과 미션을 만들고 있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걸어온 길] "녹색전환, 12년 만에 정부가 말했다"
Q. 녹색전환연구소는 누구와, 어떤 문제의식이 모여 처음 시작하게 됐나요?
A. 2013년에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시민사회에서도 '녹색전환'이라는 용어가 낯설었고, 지금도 완전히 익숙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때는 더 그랬습니다. 사회 전반에 경제성장주의가 널리 퍼져 있었고, 그런 흐름과는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보자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마침 녹색당이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는데, 단순히 녹색 경제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전환을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이 모이면서 연구소가 출범하게 됐습니다.
Q. 처음 던진 메시지에 대해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어땠습니까? 지금은 또 어떻게 다른가요?
A. 많은 시민에게는 '녹색전환'이 쉽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해외사례도 국내에 널리 소개된 상태는 아니었고, 기존 환경운동과는 결이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다만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되면서 김성환 장관이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정부 내각의 책임자가 한국형 녹색전환을 하겠다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후부가 K-GX를 선언하고 탈탄소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로라도 표현했다는 점에, 다른 싱크탱크나 시민사회보다 더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제 '녹색전환'이라는 용어가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 지향이 된 셈입니다.
Q. 연구소가 지켜본 '탄소중립'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다고 보십니까?
A. 가장 큰 분수령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였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일부에서는 2015년 파리협약을 분기점으로 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2019~2020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그린뉴딜 논의가 더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린뉴딜을 계기로 기존 환경 문제를 넘어 기후 어젠다와 탄소중립이 구체적인 정책 의제로 접목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2019~2020년 그레타 툰베리의 등장을 계기로, 한국 기존 환경운동이나 미세먼지 이슈가 처음 '기후 이슈'로 확산하기 시작했죠. 2026년 1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 시기가 매우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 역시 이때부터 그린뉴딜과 기후대응을 중심으로 연구 방향을 구체화했고,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였습니다.
Q. 녹색전환연구소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을 꼽는다면요?
A. 역시 2019~2020년 시기입니다. 2020년에는 그린뉴딜 캠페인을 시작했고,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포함한 전례가 만들어졌습니다. 그해 가을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이후 탄소중립기본법 제정도 같은 궤도에 있습니다. 연구소는 그 중요한 궤도가 만들어지는 시점에 함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장면도 있습니다. 2019년 말, 온라인에서 그린뉴딜을 추진하자고 제안하고 오프라인에서 논의하자고 했는데, 서울 강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1박2일 모임에 자발적으로 약 100명이 모였습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알려진 이슈도 아니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죠.
Q. 이후 '기후시민' 개념을 제시하게 된 배경도 그 연장선인가요?
A. 그렇습니다. 연구소와 '로컬에너지랩' 그리고 '더가능연구소'가 함께하는 '기후정치바람'이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총선을 앞두고 기후 관련 대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 기후시민이 30%를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을 때 반응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정말 그렇게 많냐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이후 연구소의 작업을 계기로 일반 시민 이야기와 함께 '기후시민'이라는 개념이 미디어와 정치권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근거를 묻는 논쟁도 있었지만, 기후 문제를 시민 관점에서 어떻게 제기할 것인가라는 논쟁거리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연구소가 초점을 두고 있는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A. 지역, 현장, 시민 기반이라는 점입니다. 기후·환경 전문 연구소의 연구는 공학적·기술적 내용이 많고, 기후예측이나 온난화 영향, 재생에너지 효과 분석 같은 주제가 중심이 되다 보니 시민들 입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기술과 시장 메커니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시민들이 이해하고, 기후대응을 자신의 문제로 체화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는 시민들이 실제로 만나는 지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8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기후시민 네트워킹 데이'에 참석한 전국 기후에너지 활동가 130여명이 단체 사진을 촬영 중이다.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지난 1년을 묻습니다] "갈팡질팡 대선, 기후시민과 연구소는 한마음 한뜻"
Q.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기후정책 공론화가 중요한 시기였겠습니다
A. 작년 이맘때만 해도 '2025년에 대선이 정말 열리긴 하는 건가' 고민이 있을 정도로 일정이 불확실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열릴지 말지와 별개로, 대선 국면에서 공론화해야 할 정책은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1월부터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빠르게 연구하고, 차곡차곡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시간과 확실성이었습니다. 연구해서 제대로 발표할 수 있을지, 공론장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언제까지 연구하고 발표해야 하는지가 계속 불확실했습니다. 선거 일자도 4월로 확정됐고요. 결국 다른 계획을 유보하고, 연구소 전체가 1월부터 3개월 동안 몰두했습니다. 대선 일정이 계속 흔들리면서 기준도 계속 갈팡질팡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연구원들이 마음을 잘 모아 연구를 이어갔고, 4월 대선에 필요한 '30대 공약'을 공론화하는 데까지 갔습니다.
2025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시민의 삶을 지킬 30대 기후정책 보고서 표지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녹색전환연구소는 2025년 4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플랜1.5와 함께 <2025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시민의 삶'을 지킬 30대 기후정책>을 발표했다. 3개월 간 총 6개 부문(민주주의·경제·에너지·생활·돌봄·지역)에 30가지 기후정책을 구성해 대선 후보자들에게 제안하는 내용이다.
Q. 2025년 '기후시민'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구소만의 시도는요?
A. 시민들이 기후 실천을 하고 싶어도 '텀블러' 같은 상징적인 실천 말고는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현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 실천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1.5도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를 냈습니다.
한국은 시민들의 일상과 관련된 탄소배출 '단위' 데이터가 충분히 정리돼 있지 않습니다. 일상 행위 하나하나가 단위당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 수 있어야 계산할 수 있는데, 해외 자료를 그대로 쓰기엔 한국의 양상이 다르고요. 정부나 기관이 업데이트된 자료를 제공해 주면 좋은데, 국가 단위 배출은 인벤토리와 검증 체계가 있고 지방정부도 일부는 하지만, 시민 일상으로 내려오면 자료가 부족합니다.
가장 좋은 건 개인 실천이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다는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5도 라이프스타일 계산기 표지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그래서 탄소배출계산기(1.5도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를 직접 만들었어요. 꽤 긴 기간 공을 들여 만들었고, 의외로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해보겠다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대구는 2024년과 2025년 연속으로 실천했고, 수원·천안에서도 진행됐습니다. 파주는 작년 연말부터 올해 10월까지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고요. 지역환경단체들이 커뮤니티를 모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일부 시민들에게는 엑셀파일을 드리기도 합니다. 가계부 쓰듯이 기록하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요. '탄소일기'를 쓰면 더 정확하거든요.)
Q. 지난해 AI와 데이터센터 확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문제 제기해 주셨습니다. 이 과정이 쉽지 않으셨다고요
A. 기후 싱크탱크 가운데 연구소가 비교적 먼저 AI와 기후 문제를 파고들면서 의제화하려고 했고, 대선 30대 공약에도 포함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AI 기업들이 기후 문제를 ESG 차원에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보고서도 발간했고, 기업들 주목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차원에서 AI나 데이터센터의 기후 영향을 본격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기후부도 AI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대응이 충분하지 않은 대목이 있습니다. 올해는 이 부분이 해소됐으면 하고, 연구소도 AI 데이터센터의 기후 영향을 더 깊게 파고들 계획입니다.
Q. 앞으로 이 문제에 또 어떤 과제가 남아 있나요?
A. 전 세계적으로 이제 막 주목받는 분야라 해외에는 다양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각각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효율은 어떤지 같은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과제입니다. 지난해에는 주로 연구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연구뿐 아니라 캠페인 방식으로도 지평을 넓혀볼 계획입니다.
Q. 내부에서 많은 인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의제도 있나요?
A. 두 가지가 떠오르네요. 시민 참여를 어떻게 활성화할지 고민하면서, 작년 초부터 '대선토론에 기후 이슈를 공론화하자'는 시도를 했습니다. 반신반의로 추진했는데, 실제로 성사돼서 보람도 컸습니다. 다만 후보 당사자들이 토론을 제대로 끌고 가지 못하면서 연구소 내부에서도 맥이 빠진 지점이 있었죠.
또 하나는 2024년 후반기부터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연구, '풍력발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오랜 기간 분석했습니다.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작년 가을 국회 토론회를 하면서 일부 알려진 것에 비해 생각만큼 크게 공론화되지는 않았습니다.
2025년 5월 7일, 제2차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집담회 모습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기후위기, 길을 묻다] "여전히 경제성장 집착, 복지와 기후 같이 봐야"
Q. 기후위기,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는 시선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 언어가 앞으로 어떻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매년 반복되다 보니 '위기'라는 말 자체가 예전만큼 위기적으로 들리지 않는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불평등 같은 단어도 오래 쓰이다 보니, 심각성에 대한 체감이 느슨해진 감각이 있죠. '기후위기'라는 표현도 2020년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지금은 시민들과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언어가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체감하든 안 하든 기후위기를 빼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식상한 용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지만,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의례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는 단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불평등, 인구 감소, 기후위기 같은 문제들이 겹치면서 '복합위기'라는 표현까지 나오는데, 그 안에서도 기후위기는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 봅니다.
Q.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한국 사회에서 기후위기가 한층 더 현실이 됐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나요?
A.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의 형태로 우리에게 왔다는 점이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2025년에는 계절별로 기후재난이 나타났고,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이 됐습니다. 과거에는 캘리포니아나 호주 산불 같은 해외 사례로만 인식됐다면, 이제는 영남 지역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여름 폭염도 기후재난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등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기후보험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작년에 특별히 더 나빠졌다기보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일 사안 가운데 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은 '용인 국가반도체산단'입니다. 새 정부가 이 사업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었는데, 아직까지 그런 방향의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수도권에 가스발전이지만 사실상 화력발전소 6기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인데, 기존 화력발전소도 빠르게 퇴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발전소를 짓는 것은 탄소중립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Q. 기업, 정치권으로부터 기후 의제와 관련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기업이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문제만 놓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공감합니다. 요즘은 기업인들을 만나도 기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기후 문제가 경제 이슈와 동시에 등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후보다 경제가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기업이 먼저 살아야 한다'는 논리가 나옵니다. 기후 문제만 놓고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지만, 경제 문제와 엮이는 순간 뒷순위로 밀려나면서 실천이 멈춥니다. 이 구조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Q. 국민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A. 강의나 토론을 하다 보면,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시민들이 굉장히 좌절합니다. 기후 이야기를 하면 무력해지고 우울해진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기후 관련 강연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죠.
텀블러를 쓰는 수준의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시민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1.5도 계산기'(탄소배출계산기)를 드리면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개인 차원에서는 온실가스가 어디에서 많이 배출되는지를 먼저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편한 실천이 아니라, 배출이 큰 영역을 바꾸는 실천을 고민해 보자는 거죠. 그리고 마땅한 교통수단이 없어서 자가용을 탈 수밖에 없다면, 지방정부에 교통정책을 바꿔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민들은 진심으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Q. 수많은 기후위기 이슈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려지는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요?
A. 복지입니다. '기후냐 경제냐'는 선택 구도가 나오는데, 경제를 선택하는 분들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죽고 사는 문제이고, 경제는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웰빙과 복지입니다.
질문을 바꿔보면, 경제성장을 하지 않아도 기후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다면 굳이 성장에 집착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묻게 됩니다. 기후가 복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복지를 보호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래서 지방정부를 겨냥해 '복지가 함께 가는 기후정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민들과 정치권에서 비교적 반응이 좋은 정책을 보면, '기후정책'이나 '복지정책'이라는 이름만 붙은 정책보다, 기후와 복지가 함께 가는 정책이 호응을 얻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환급 문턱이 높다는 한계는 있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이죠.
Q. 기후·생태위기, 우리나라는 어디쯤 있습니까?
A. 기후대응은 글로벌 문제이고, 앞으로 전 세계 흐름을 결정하는 지역은 아시아입니다. 유럽이 아무리 노력해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10%도 되지 않습니다. 반면 중국은 30%가 넘고, 한국도 한 나라로 보면 작은 배출국이 아닙니다.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도 모두 중요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앞으로 아시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전 세계 감축은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줄이느냐가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18년을 정점으로 배출이 조금씩 줄고는 있지만, 감소 폭은 1~2% 수준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권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큰 나라임에도 산업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한 점은 그나마 기대할 부분이고, 김성환 장관의 재생에너지 100GW 선언도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여전히 경제성장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아래 산업 부문의 감축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산업 전환이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입니다.
지난 6일 녹색전환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병권 소장.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2026년을 맞이하며] "기후정책 열쇠는 지방정부가 쥐고 있다"
Q. 2026년 연구소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A. 지방정부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각각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지난해 기후부가 만들어지고 김성환 장관이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선언한 점을 매우 의미 있게 봅니다. 연구소가 생각하는 녹색전환은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첫째 에너지 전환, 둘째 산업 전환, 셋째 도시 전환(특히 건물과 교통), 넷째 시민 수준의 라이프스타일 전환입니다. 이 전환들이 체계를 갖춰 함께 진행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에너지 전환은 어느 정도 패턴이 잡힌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 전환은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에서 산업 전환이 핵심인데, 기후부 혼자서 풀기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결국 산업 전환을 하려면 '녹색산업정책'을 전격 도입해야 하고, 기후부가 '탄소중립산업법'을 제대로 만들길 기대합니다. 연구소는 미국 IRA가 나왔을 때부터, 미국 혜택을 국내 기업이 얼마나 보느냐보다 '한국형 IRA'가 필요하다고 봐왔는데, 아직은 이것도 방향이 안개 속입니다. 이 과정에서 AI 데이터센터의 기후 영향도 산업정책 영역 안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후금융도 녹색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연결돼야 합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복지가 있는 기후정책'을 얼마나 공론화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입니다. 가능하다면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7월부터 출범하는 민선 9기에, 전국 광역 18개·기초 226개 가운데 몇 곳이라도 '도넛도시' 같은 비전을 공식적으로 내걸고 운영할 의지가 있는 지방정부들과 거버넌스를 맺어 실제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도넛도시는 영국 생태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도넛 경제학'을 기반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을 말한다. 지구 생태적 한계를 지키면서도 시민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복지를 충족하자는 취지다.
Q. 기후정책을 이야기할 때 '지방정부'가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A. 정부가 바뀌면 기후정책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기조와 무관하게 기후대응을 이어가려면 지방정부가 탄탄해야 합니다. 미국만 봐도 연방정부가 흔들려도 주정부 차원에서 기후정책이 이어지며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한국도 2010년에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충남 등에서 탈탄소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지방정부의 기후대응·탄소중립 정책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기후대응은 어렵고 시민 체감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후대응을 실제로 추진하려면 지방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중앙정부가 제도를 만들더라도, 현장에서 구현하는 주체는 지방정부입니다.
또 하나는 '사례'의 문제입니다. 유럽을 떠올리면 파리는 '15분 도시',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도시' 같은 상징적 모델이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시민들이 참고할 만한 도시 사례가 많지 않아 배우고 토론하는 과정이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국내에서 눈에 보이는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Q. 2026년 '단 하나의 장면'만 기록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남았으면 하나요?
A. 6월 3일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에 취임하는 지방정부들의 임기는 2030년까지 이어집니다. 기후 대응에서 정말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그래서 기후정책을 모든 정책의 1순위로 두겠다는 당선자를 최소한 몇 명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공약에서도 '2030년까지 감축 40% 목표를 임기 안에 지키겠다'고 약속하는 후보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들. (사진 녹색전환연구소)/뉴스펭귄
Q. "환경단체는 왜 항상 급진적이고 화가 나 있느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에 대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듣는 사람이 듣지 않으려고 해서 생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느낌은 있는데 설득할 자신이 없을 때' 화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음은 급한데 제대로 설명하고 설득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쌓이면, 그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는 거죠. 그래서 운동은 '사람들이 무엇을 납득하지 못하는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복지가 있는 기후정책'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사실 기후·환경운동은 복지에 생각보다 관심이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23년에 전기·가스요금이 급등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인상을 감당할 수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에너지복지 같은 정책이 함께 가야 하는데, 복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요금 올리자'는 메시지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운동과 정책도 복지에 정통해야 하고, 복지 영역도 기후를 알아야 합니다.
제가 정치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연말에 서민 가구 가서 연탄 나르고 사진 찍지 말라'는 겁니다. 기후시대에 연탄을 쓰는 집을 방치하는 건 기후영향을 무의식적으로 방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복지단체와 환경단체가 따로 노는 구조도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복지는 환경·기후에 해롭지 않게 작동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기후·환경운동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복지를 훼손하지 않는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직접 만나 물어보면, 기후 문제를 모르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기후정책과 기후운동이 더 공감받고 수용되려면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격다짐이나 큰소리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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