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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한의학연 박사. 한의학연 제공





김형준 한의학연 박사. 한의학연 제공





김형준 한의학연 박사. 한의학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김형준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과학연구부장
한의사 시절, 한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그를 한의코스닥우량주
학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한의원에서 침을 잘 맞고 통증이 사라졌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분 탓으로 여기는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변의 만류에도 한의사 가운을 과감히 벗어 던졌다.
김형준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과학연구부장(책임연구원)은 한의학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을 베를린 장벽처럼 허물고 싶어 다소 늦은 나이에 대학원스톰게임
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침치료의 과학적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당시 대형 병원에서만 도입한 자기공명영상(MRI)장비를 활용한 뇌과학 연구에 매달렸다. 대학 학부 시절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덕분에 뇌과학 연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재미도 덤으로 얻어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어엿한 국가연구소 과학자에 들어가 새로운 인생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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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연에 입사해 얼마되지 않아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과 함께 그토록 벼르고 있었던 침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2년 간 미국에서 현지 연구자들과 실험실에서 동고동락한 끝에 침치료가 신경을 자극해 뇌를 변화시키고, 면역계에도 영향을 줘 통증과 염증을 치료하는 과학적 기전을 밝혀내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었다예시
.
김 박사는 한국에 돌아와 한의치료의 과학적 기전 규명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얼마 전 그는 도전적인 새로운 연구의 출발선에 섰다. 경혈자극으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뇌질환 정복하기 위한 국가 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를 맡은 것이다. 앞으로 15개 산학연병 연구팀과 의기투합해 5년 내 경혈자극·초음파 자극을 통해 뇌질황금성게임종류
환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을 목표로 힘찬 비상을 시작했다.
대담=이준기 세종본부 과학바이오팀 부장
◇게임을 좋아한 소년, 컴퓨터공학 포기하고 '한의대' 진학
김 박사는 어린 시절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매우 좋아했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비주얼 베이직 등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 간단한 게임을 직접 만들어 즐기는 수준까지 실력이 늘었다. 중·고교 시절에는 수학과 과학 과목 점수가 좋아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게임 만드는 걸 배우고,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대학 입시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는데, 막상 대학에 가니 컴퓨터는 가르쳐 주지 않고, 수학만 공부하는 게 싫어 점점 전공에 흥미를 잃어갔다"며 "그 대신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의대, 한의대, 철학, 심리학 등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박사는 대학 졸업 후, 다시 대학 입시에 도전했다. 4년 만에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한의대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컴퓨터공학 분야가 매우 넓고, 지금 유행하는 인공지능(AI)과 그래픽 등 다양한 쪽의 공부할 수 있었음에도 당시에는 그런 것들을 몰랐고,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 대학 입시를 다시 준비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했다.
◇한의대 졸업 후 한의사 접고, 한의학 연구자로 변신
한의대에 진학한 그는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에 점점 매료돼 갔고, 인간에 대해서도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 예과 2년과 본과 4년 총 6년 간 한의대 생활을 마치고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인 한의사 임상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한의사로 근무하면서 침치료에 대한 역량을 키워갔다. 그 속에서 침을 포함한 한의학 치료 기술의 우수성을 몸소 체험하는 동시에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이 상당하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김 박사는 "한의원을 찾은 환자조차 침치료가 왜 좋은지 모른 채 주변에서 가 보라고 해서 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한의학이 사람들에게 신뢰 받는 전통의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침 치료가 통증 개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는 데 매달렸다. 한의학의 과학화를 나름의 방식으로 실현하기 위해 주변에 조언과 도움을 요청했고, 마침 뇌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소개해 한의치료 기반의 뇌과학 연구에 본격 뛰어들었다.
김 박사는 "침을 맞으면 통증이 어떤 인체 내 기전을 통해 낫게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한의학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당시 대형병원에 들어오기 시작한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이용해 침 치료 시 뇌 영역의 구조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MRI 활용한 뇌 분석… 美 연구팀과 '침치료 효과' 연구
그는 한의학연에 입사한 뒤 얼마 안 돼 침치료의 과학적 기전 연구를 위해 미국 하버드 의대에 파견됐다. 2년 간 미국에 머물면서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침치료에 따른 뇌 구조 분석 임상연구를 수행했다.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주부와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사무직 종사자에 주로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을 이루는 뼈와 인대들로 이뤄진 작은 통로인 수근관이 두꺼워지거나 수근관 내 압력이 높아져 정중신경(팔의 말초신경부위)을 압박해 생기는 질환이다.
김 박사는 미국 연구진과 함께 손목터널증후군 환자 79명을 대상으로 56명은 진짜침, 나머지 23명은 가짜침으로 각각 나눠 8주간 16회에 걸쳐 침과 전기침 치료를 실시했다. 그 결과, 침치료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정중신경 전도 속도를 높이고, 뇌 구조를 변화시켜 통증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국제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그는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에게 8주간 침치료를 하자, 좁아져 있던 뇌의 일차감각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손목을 지나는 정중신경의 지체도가 회복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침치료가 뇌를 변화시키면서 통증도 치료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침치료 효과가 3개월 가량 유지되고, 아픈 손목 외에 통증 부위와 멀리 위치한 다리에 침치료를 해도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이런 침치료의 통증 개선 기전은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뿐 아니라 요통 환자, 척추관협착증, 흔히 허리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남을 확인했다.
김 박사는 "침치료 효과를 임상연구와 뇌영상 기술을 접목해 연구를 수행한 것으로, 침이 신경조절 작용을 통해 뇌의 감각영역에 변화를 줘 치료 효과를 보이는 기전을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연구 의미를 강조했다.
◇한의학, 바이오와 융합하면 시너지… "한의학 연구 투자 확대돼야"
한의학은 바이오 기술과 융합하면 연구 효율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특히 기존 한의 치료기술로 한계가 있는 임상시험에 적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약물 재창출을 통해 새로운 질환을 타깃으로 약효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그는 "경구로만 투여해야 하는 한약을 바이오 기술을 통해 약물전달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코나 피부 등으로 투여하도록 약물주입 경로체계를 바꾸면 기존보다 약효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시간·공간적 제약으로 지속성이 떨어지는 침치료의 경우 양방 기술을 접목해 의료기기로 제작하면 치료 측면에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한의 기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더 많이 규명되면 양방 치료기술과 더해져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침치료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에 김 박사는 과감히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는 "한의학 분야가 바이오 분야와 보다 활발한 융합연구를 하려면 정부 차원의 한의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의학계 스스로 혁신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김 박사는 이어 "정부의 투자 확대 속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한의학 분야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한의학 기반의 쓸모 있는 치료기술과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국민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다가가기 위한 한의학계의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의학 기반 뇌 질환 정복… 15개 산학연병과 치료기기 개발 나서
김 박사는 한의 기반의 뇌질환 치료 기술 개발을 위한 담대한 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글로벌 톱 전략연구단'에 선정돼 올해부터 5년 간 총 2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차세대 뇌 글림프계·신경계 조절 전략연구단' 총괄 책임자를 맡게 됐다.
기존 약물치료와 외과적 수술이 안고 있는 부작용, 높은 비용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뇌 글림프계 및 신경계를 조절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 기술을 확보하는 게 전략연구단의 목표다. 글림프계는 뇌 척수액 흐름을 조절해 뇌 노폐물을 청소하는 인체 내 시스템으로, 10년 전 뇌 림프계의 존재가 확인된 후, 전 세계적으로 기초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는 "그동안 침치료와 통증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것이 결실을 맺어 뇌 글림프계 자극을 통해 뇌질환을 치료하는 미래도전적 연구를 맡을 수 있게 됐다"며 "비침습 경혈·초음파 자극을 통한 글림프계 조절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 인간 글림프 지도 구축과 함께 초음파 뇌심부·경혈자극 치료기기까지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략연구단에는 한의학연을 비롯해 KIST, KAIST, 뇌연구원, 경희대 한방병원, 조선대·전남대 병원, 딥슨바이오 등 산학연병 15개 기관이 참여한다.
김 박사는 "앞으로 5년 내 전략연구단 참여기관의 핵심 역량을 결집해 뇌질환 기전과 임상 실증, 치료기기 개발·사업화까지 전 주기에 걸쳐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국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는 한의 기반의 연구성과 창출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